‘자전거 탄 풍경’ 8년 만에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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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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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견해차로 갈라서
작년 병문안 계기 뭉쳐

포크 트리오 ‘자전거 탄 풍경’은 “TV 개그코너를 보면 웃긴 친구는 표현력이 뛰어나고 안 웃긴 친구는 아이디어가 빼어난 경우가 많다”며 “내가 다 웃기겠다고 하면 웃기지도 않은 상황이 벌어진다. 예전엔 그걸 몰랐다”고 했다. 왼쪽부터 송봉주, 김형섭, 강인봉.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포크 트리오 ‘자전거 탄 풍경’은 “TV 개그코너를 보면 웃긴 친구는 표현력이 뛰어나고 안 웃긴 친구는 아이디어가 빼어난 경우가 많다”며 “내가 다 웃기겠다고 하면 웃기지도 않은 상황이 벌어진다. 예전엔 그걸 몰랐다”고 했다. 왼쪽부터 송봉주, 김형섭, 강인봉.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포크 트리오 ‘자전거 탄 풍경’(자탄풍·강인봉 송봉주 김형섭).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란 곡으로 2000년대 초반에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2001년 1집 ‘자전거 탄 풍경’에 수록된 이 곡은 영화 ‘클래식’, 전지현이 출연한 카메라 CF 등에 삽입되며 당시 1년 내내 라디오 방송횟수 5위 안에 머무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음반은 10만 장 이상 팔려나갔다.

2년 뒤, 팀은 ‘나무자전거’(강인봉 김형섭)와 ‘풍경’(송봉주)으로 깨졌다. 음악적 견해차로 크게 싸웠다는 말이 들렸다.

이들이 최근 8년 만에 뭉쳤다고 했다.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카페에서 만난 셋은 커피 테이블 앞에 함께 앉아 웃고 있었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개성이 화근이었다. 송봉주와 강인봉은 서로 자기가 쓴 곡을 타이틀로 내세우자고 우겼다. 사사건건 부딪쳤다. “팀보다 내가 튀는 게 중요했죠. 앙상블보다 ‘내 기타 솔로’ ‘내 보컬 애드리브’를 앞세웠고. 서로 ‘이 자식 놀고 있네 ’ ‘저 자식 또 저러고 있네’ 했죠. 말도 안 하고 속으로만. 그게 쌓여 병이 된 거예요.”(강인봉)

셋의 대(大)화해는 강인봉의 사고를 계기로 이뤄졌다. 지난해 4월 그가 공개방송 무대에서 실족해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은 뒤 ‘풍경’으로 활동하던 송봉주가 병문안을 왔다. “우리 다시 (같이) 해볼까?”라는 말이 나왔고 셋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에게 난…’을 쓴 봉주 씨는 멜로디 작곡이 발군이고, 형섭 씨 가창력은 최고죠. 저는 편곡 능력이 있고요. 그게 자탄풍이었죠.”(강인봉) “예전엔 다르다는 게 싫었지만 그건 최고의 장점이었어요. 분홍과 빨강은 거기서 거기지만 파랑, 노랑, 빨강은 배합에 따라 무궁무진한 색이 나오잖아요.”(송봉주) “다른 건 틀린 게 아니었던 거죠.”(김형섭)

강인봉이 쾌유한 지난해 6월, 셋은 서울 양천구 목동 연습실에서 7년 만에 기타를 들고 만났다. 가장 먼저 맞춰 본 곡은 ‘너에게 난…’. 7년간 각자의 방식으로 불러와서일까. 앙상블은 완전히 엉망이었다. 노래가 끝나자 침묵만 흘렀다. ‘우리 자탄풍 맞아?’ ‘이거 어디서부터 맞춰야 돼?’ “지휘자가 필요할 지경이었죠. 끔찍했어요.”

셋은 와신상담 연습과 작곡에 몰두했다. 그렇게 1년 가까이 땀 흘려 만든 앨범이 신작 ‘예스터모로(Yestermorrow)’다. 타이틀곡 ‘그래서 그랬던 거야’는 송봉주가 ‘자탄풍 시절을 그리워하며 만들어뒀다가 꺼내놓은 곡’이라고 했다.

‘그 시간들이 생각이 나서/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 거야/너 없는 세상이 두려워서 그랬던 거야/그래서 그랬던 거야…’(‘그래서 그랬던 거야’)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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