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3개 국가와 4곳의 국제기구 정상이 모인 핵안보정상회의는 글로벌 리더들의 모임답게 이들이 입고, 먹고, 마시는 아이템 하나하나가 모두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정상들의 오찬 및 만찬 테이블에 오른 와인들도 핵안보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이 수개월 전부터 정성 들여 고른 것들이다.
첫 공식일정이었던 26일 공식환영 리셉션에서는 칠레 1위 와이너리인 콘차이토로의 ‘마르케스 데 카사 콘차 메를로’①가 쓰였다. 마르케스 데 카사 콘차는 1718년 당시 스페인 국왕이던 펠리페 5세가 콘차이토로 가문에 수여한 작위명에서 따온 이름으로 이 와인은 2010년 칠레 건국 200주년 기념식에서 건배주로 쓰인 바 있다.
같은 날 만찬에서 각국 정상이 든 잔에 채워진 건배주는 ‘바소(VASO)’②였다. 바소는 대한상공회의소 중견기업위원장을 맡고 있는 동아원㈜ 이희상 회장이 미국 캘리포니아 내파밸리에 세운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레드 와인이다.
바소는 항아리를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이 와인의 병 라벨에는 사진작가 구본창이 찍은 조선백자 달항아리 작품이 담겼다. 달항아리는 ‘클수록 마음을 비우고, 많이 비운 만큼 그 자리에 복이 채워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바소는 2010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만찬주로 쓰인 바 있다.
‘오미로제 스파클링’③도 특별만찬 리셉션에 쓰이며 관심을 끈 또 하나의 우리나라 와인이다. 이종기 JL크래프트와이너리 대표(57)는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오미자를 연구해 5년 만에 이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어냈다. 오미로제 스파클링은 국산 위스키 1호 브랜드인 윈저를 만든 주류 전문가라는 이 대표의 독특한 이력 덕분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회의 둘째 날인 27일 오찬에는 스페인 페렐라다 와이너리의 ‘토레 갈라테아(TG) 달리 에디션 레세르바’가 등장했다. 페렐라다는 스페인의 천재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생전에 가장 좋아한 와인으로, TG 달리 에디션 레세르바의 라벨에는 달리의 드로잉이 담겼다.
이날 만찬과 문화공연에는 이탈리아 와인 ‘리세르바 두칼레 오로’④가 나왔다. 미국 레스토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탈리아 와인 중 하나인 리세르바 두칼레는 유명 시트콤 ‘프렌즈’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통해 국내에도 일찌감치 알려진 와인이다.
각국 정상과 함께 방문한 배우자들의 행사에는 산뜻한 과일 향이 돋보이는 화이트 와인 ‘슐로스 폴라즈 에디션’이 서브됐다. 슐로스 폴라즈는 8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독일 와이너리다. 슐로스 폴라즈 에디션은 매년 이곳에서 생산된 최고의 와인에 붙여지는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인기 높은 와인 산지인 칠레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은 에라수리스 가문 소유 와이너리의 ‘돈 막시미아노’를 자신이 주최한 한·칠레 경제협의회 오찬 와인으로 내놓았다. 에라수리스 가문은 역대 4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명문으로 이 가문에서 생산하는 와인을 칠레에서는 ‘명문가의 와인’, ‘대통령의 와인’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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