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문화예산 35% 줄고 공무원 수천명 해고
박물관 털리고 발굴 중단된 곳은 도굴꾼들 극성
#1 그리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테살로니키의 국립극장은 5일부터 관람객들에게 티켓 대신 밀가루, 국수, 쌀 한 포대씩으로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재정위기 이후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실업자도 문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극장 측은 티켓 대신 받은 식료품을 고아, 싱글맘 등을 돕는 자선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 올해 1월 초 아테네 피나코테크 미술관은 파블로 피카소의 ‘여인의 머리’(약 550만 유로·약 80억 원)를 비롯해 몬드리안의 작품, 17세기 이탈리아 그림 등 작품 3점을 도난당했다. 2월에는 고대 올림픽 경기의 발상지인 올림피아 박물관에 총을 든 두 명의 강도가 침입해 청동조각상 63점과 항아리 등 전시유물을 훔쳐갔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의 문화가 위험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 2년간 긴축정책으로 문화예산을 대폭 줄인 데다 길거리 민심도 흉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고학자인 지시스 파라스 씨는 “길가에 아이들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깨진 항아리 조각에 관심을 쏟는 것이 무리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2009년 경제위기가 시작된 이후 문화 분야 예산을 35%나 줄였고, 2000명이 넘는 공무원을 해고했다. 올해 문화유적 보호예산은 2010년 대비 50%나 줄었다. 다음 달에는 인력 40%를 추가로 감축할 예정이다.
문화예산이 줄어든 데 따라 정부 예술단체 소속 예술가들은 대폭 삭감된 임금조차도 8개월∼1년짜리 어음으로 받고 있다. 그리스 극장연합회 측은 “일부 극장에서 현물로 표를 받는다는데, 앞으로 배우들도 유로로 월급을 받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한탄했다.
그리스 북부지역 파블로스 크리스토무 유적지에선 정부 발굴이 중단된 이후 도굴꾼들이 파낸 것으로 추정되는 구멍이 10개나 발견됐다. 이 때문에 발굴이 중단된 유적을 다시 덮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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