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뚝딱! 초간편 요리]배꿀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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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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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탈나기 쉬운 환절기… 배 하나 꿀 한술의 묘책

기자는 ‘먹는 것’에 별 흥미가 없다. 혐오식품만 아니면, 주어진 대로 먹을 뿐이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피하는 과일이 하나 있다. 바로 배. 예쁘게 깎은 배를 앞에 두고도 언제나 ‘고사’를 지내기 마련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 한 조각 때문이다. 막 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어느 날 저녁, 어머니가 깎아주신 배를 먹고 구토를 했다. 왜 뜬금없이 맛있는 과일을 토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잘게 쪼개진, 그 까끌까끌한 알갱이들이 좀처럼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고 입안에서 맴돌던 기억만은 또렷하다. 몇 차례 시도 끝에 억지로 삼켰던 그 알갱이들이 결국 식도를 타고 역류하던 그 강렬한 느낌도.

그러나 기자도 배를 먹을 때가 있다(정확히 말하면 마시는 것이다). 바로 ‘할머니표’ 배즙. 여름이고 겨울이고 할 것 없이 감기를 달고 살던 기자에게 할머니의 배즙은 최고의 ‘약’이었다. 목이 근질근질 하고 열이 조금 오른다 싶으면, 할머니께 달려가곤 했다. “우리 강아지, 목이 아파?”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온 만화영화 한 편이 끝날 때쯤이면 꿀이 들어간, 뜨끈뜨끈한 배즙 한 컵이 마술처럼 식탁에 올려져 있었다. 몸이 한결 나아졌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에 목이 간질간질하다. 기침도 난다. 할머니의 배즙이 간절하다. 그러나 할머니는 지금 달려갈 수 있는 거리에 사시지 않는다. 먼 시골에 계신다. 직접 무거운 몸을 이끌고 부엌으로 향한다. 배즙을 만들 실력은 없으니 간단하게 배꿀찜이나 만들어 보자. 이번에는 오랜만에 배의 속살에도 한번 도전해볼 생각이다.

재료
배 1개, 생강 1톨(알싸한 맛이 좋은 사람만!), 꿀 1큰술(단맛이 좋다면 더 넣고, 싫다면 넣지 마시라), 물 2큰술

조리법
1 배의 꼭지 부분을 3cm 정도 크기로 잘라낸 후, 숟가락으로 씨를 파낸다.
2 그 안에 꿀과 물, 생강을 넣는다.
3 앞서 잘라낸 배의 꼭지를 ‘뚜껑’으로 이용해 열린 부분을 닫은 후, 냄비에 넣고 40∼50분간 찐다.

도움말·사진 제공=르크루제코리아 김진희 셰프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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