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37>曰許子는 이부증찬하며 以鐵耕乎아 曰然하다 自爲之與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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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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曰 否라 以粟易之니라

陳相은 맹자를 만나 許行의 말을 전하며, 賢者(현자)는 백성들과 함께 밭을 갈며 손수 밥 지어 먹으면서 정치를 한다고 하였다. 그러자 맹자는 신분에 따라 職掌(직장·맡은 일)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진상 스스로 깨닫게 하기 위해 허행의 일상생활을 근거로 질문을 던졌다. 맹자는 허행이 비록 직접 밭을 갈아 곡식을 구할 수는 있어도, 그가 쓰는 흰 비단의 冠(관)은 직접 만들지 않고 곡식과 바꾸어 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시 맹자는 허행이 밥을 짓기 위해 사용하는 가마와 시루는 직접 만들지 않으며, 농사를 짓기 위해 사용하는 쇠붙이의 농기구도 직접 만들지 않는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이 단락에서의 핵심어는 ‘以粟易之’이다.

釜는 가마, 甑은 시루이고, 찬은 불 때서 밥을 짓는다는 말이다. 以釜甑찬은 가마와 시루로 밥을 짓느냐고 묻는 말로, 뒤에 의문종결사 기능을 하는 乎가 생략되었다. 鐵은 쇠붙이로 만든 농기구를 뜻한다. 以鐵耕乎는 쇠붙이로 만든 농기구를 가지고 밭을 가느냐고 묻는 말이다. ‘曰 然하다’는 陳相의 말이다. ‘自爲之與아’는 허행이 스스로 그것을 만드는가 묻는 말이다. 이때의 與도 의문종결사이다. 以粟易之는 곡식으로 그것을 바꾼다는 말로, 之는 앞에 나온 釜甑과 鐵을 가리킨다.

허행의 정치론은 상하 신분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구성원 모두가 勤勞(근로)를 함께하도록 권면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하지만 그 정치론은 소규모 조직에서 의미를 지닐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은 일상의 필수품조차 전부 스스로 만들어 쓸 수가 없다. 남과의 交易(교역)이 필요하다. 보다 큰 정치 조직과 사회 규모에서는 반드시 部署(부서)와 職掌의 개념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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