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ing]요즘 커피마니아는 ‘하이엔드’ 전문점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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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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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 5000원 ‘스페셜티’부터 5만 원 호가 ‘루왁’까지

서울 중구 남산동의 전광수커피 명동본점에서 한 바리스타가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내리고 있다. 전광수 사장은 19년 경력의 커피 로스팅 전문가다. 커피 애호가들이 늘어나면서 고급 커피숍에도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서울 중구 남산동의 전광수커피 명동본점에서 한 바리스타가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내리고 있다. 전광수 사장은 19년 경력의 커피 로스팅 전문가다. 커피 애호가들이 늘어나면서 고급 커피숍에도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커피 시장에서도 ‘하이엔드(highend·고급)’ 바람이 불고 있다. 커피 애호가가 늘어나면서 커피에도 ‘급’을 매겨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고급 원두로 만든 ‘스페셜티 커피’를 판매하는 커피전문점이 증가하는가 하면 유명 로스터(커피 볶는 사람)의 가게만 찾아다니는 이도 있다. 커피 한 잔에 5000∼6000원으로 가격도 적당한 편. 한편으로는 한 잔에 3만∼5만 원을 호가하는 ‘루왁 커피’를 취급하는 점포도 늘고 있다.

커피 원두는 품질에 따라 커머셜, 프리미엄, 스페셜티 등급으로 나뉜다. 스페셜티 커피는 1974년 미국의 유명 차·커피 전문잡지인 ‘티 앤드 커피 트레이드 저널’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무역항에서 품질이 좋은 커피와 나쁜 커피가 뒤섞이는 걸 방지하는 차원에서 커피의 등급을 매기기 시작한 게 그 시초다. 이후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가 기준을 마련하면서 개념이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SCAA는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획득한 커피에 스페셜티 커피 자격을 부여한다. 원두를 갈았을 때 향이 좋아야 하고 물을 부었을 때와 물에 젖어있을 때, 물에 넣어 저은 뒤 모두 맛과 향이 좋아야 한다. 이 중에서도 최상급은 컵오브엑설런스(COE) 커피로 분류된다. 티앤드커피트레이드저널에 따르면 미국 커피 시장에서 스페셜티 커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20%를 넘어섰다.

국내에서는 2009년 말 한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K)가 생겨 현재 회원사가 약 200곳에 이른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주빈커피를 비롯해 △서울 종로구 관철동 카페뎀셀브즈와 동작구 사당동 커피소사이어티 △부산의 커피이야기와 모모스 △강원 원주의 커피라디오와 강릉 테라로사 등이다.

스페셜티 커피가 비쌀 거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렇진 않다. 5000∼6000원이면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다. 스페셜티 커피는 일반적인 오해와 달리 유기농 커피나 공정무역 커피와는 관련이 없다. 굳이 직접 간 원두에 물을 부어 커피를 내리는 핸드드립 방식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송주빈 주빈커피 대표는 “국내에선 인스턴트커피에 대항하기 위한 개념으로 등장했다”며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윤 SCAK 사무총장(카페뎀셀브즈 사장)은 “스페셜티급 원두의 가격은 커머셜급의 3∼4배”라고 설명했다.

주빈커피(위)는 고급 원두에 속하는 스페셜티 원두만 사용한다. 사진에 보이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매장 외에 현대백화점 압구정점과 무역센터점 등에도 입점해 있다. 아래는 서울 중구 남산동에 위치한 ‘전광수 커피’ 명동본점 모습.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주빈커피(위)는 고급 원두에 속하는 스페셜티 원두만 사용한다. 사진에 보이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매장 외에 현대백화점 압구정점과 무역센터점 등에도 입점해 있다. 아래는 서울 중구 남산동에 위치한 ‘전광수 커피’ 명동본점 모습.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전광수 커피’, ‘허형만의 압구정 커피집’ 등 유명 로스터가 운영하는 커피숍도 인기다. 이들은 프리미엄급의 원두를 사용하지만 오랜 노하우를 가진 카페 운영자가 직접 로스팅을 한 뒤 판매해 믿을 수 있다는 점, 단순 카페가 아니라 제자를 양성하는 커피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일례로 전광수커피는 현재 15개 매장 중 명동 본점만 전광수 사장이 운영하고 나머지는 그의 제자들이 운영하고 있다. 허형만 사장은 “매일 13, 14가지의 원두를 볶는다”고 전했다.

아예 애초부터 비싼 원두를 사용한 커피를 판매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루왁. 루왁 커피는 커피체리만 먹고 사는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에서 나온 원두를 정제한 뒤 원액을 추출한 것이다. 루왁 커피에선 진한 초콜릿과 캐러멜향이 묻어난다. 2009년 호텔신라가 루왁커피를 선보이면서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칼릭스’, 서울 대학로 ‘카페루악’ 등 로드숍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작년 4월 문을 연 칼릭스는 루왁으로만 만든 아메리카노는 5만 원, 루왁 5%에 아라비카 95%를 섞어 만든 커피는 8800원에 판다. 김은수 칼릭스 사장은 “루왁 5% 커피가 주로 팔리는데 하루에 50잔에서 많게는 100잔까지도 판매된다”고 전했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최근 망고식스 코나빈스 등 세계 3대 커피 중 하나인 하와이안 코나를 취급하는 프랜차이즈도 늘어나고 있다”며 “기존에 고급으로 인식되던 커피마저도 생활의 일부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김슬기 인턴기자 숙명여대 경영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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