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드라마’도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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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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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애 다룬 채널A 청정극 ‘곰배령’ 11일 종편 시청률 1위

엄마가 늦게 마중 나와 비를 쫄딱 맞아도, 이웃 사람들이 험담을 해도 모녀는 웃음을 잃
지 않는다. 속 깊은 딸 은수(김새론·왼쪽)와 주변까지 밝게 만드는 막내 현수(안서현),
두 딸을 키우며 아버지의 사랑을 깨달아가는 엄마 재인(유호정·오른쪽)이 노래방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채널A 제공
엄마가 늦게 마중 나와 비를 쫄딱 맞아도, 이웃 사람들이 험담을 해도 모녀는 웃음을 잃 지 않는다. 속 깊은 딸 은수(김새론·왼쪽)와 주변까지 밝게 만드는 막내 현수(안서현), 두 딸을 키우며 아버지의 사랑을 깨달아가는 엄마 재인(유호정·오른쪽)이 노래방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채널A 제공
몸값 높은 청춘스타도 화려한 눈요깃거리도 없다. 그런데도 시청률 1위다. 착한 드라마 ‘천상의 화원 곰배령’ 얘기다.

채널A의 주말 드라마 ‘곰배령’(토, 일요일 오후 7시 50분)이 방송 시작 2주 만인 11일 1.018%의 시청률을 기록해 종편 4개 채널 프로그램 가운데 1위에 올랐다(시청률 조사회사 TNmS 자료).

‘곰배령’의 인기를 끌어가는 건 상처 난 마음을 서로 보듬어 주는 가족애를 그린 이야기의 힘이다. 주인공 재인(유호정)은 사업을 부도내고 감옥에 간 남편 강태섭(김호진)을 옥바라지 했지만 남편은 “이혼해달라”며 서류를 내민다.

남편에게 버림받으면서도 전처의 딸 은수(김새론)까지 품어주는 재인, 자기를 낳고 버린 엄마(사강)와 자기를 또 버리려는 아빠에게 상처받는 은수, 감정 표현은 서툴지만 묵묵히 딸과 손녀들을 보듬는 할아버지 부식(최불암). 누구 하나 잘난 사람 없지만 이들은 피가 섞이지 않은 아이를 외면하지도 않고, 서로를 잡은 손을 놓지도 않는다.

주말 방송에서는 최불암과 유호정이 연기하는 부녀의 갈등과 사랑이 시청자들을 먹먹하게 했다.

“나 초등학교 졸업식 때, 왜 안 왔어요? 내가 졸업식 대표로 답사한다고 꼭 오랬잖아! 꽃 사가지고 오랬잖아! 온다며! 왜 안 왔어요?”(재인)

오랜만에 공중전화로 서울 사는 딸에게 연락한 부식은 딸의 울부짖음에 대꾸를 못하고 입술만 달싹인다. 그리고 말을 이으려는 순간, 전화가 끊긴다.

다음 날 부식은 서울행 버스에 오른다. ‘눈 쌓인 곰배령을 꼭두새벽에 출발했지만 도착했더니 이미 졸업식이 끝나 버렸다’는 말을, 전화로 해도 될 말을 얼굴을 보고 전하기 위해 묻고 물어가며 딸네 집을 찾아온다.

시청자 게시판과 트위터에는 배우들과 드라마에 대한 응원이 쏟아졌다. 김민주 씨는 “최불암 씨를 보면서 아버지가 생각났고 유호정 씨가 우는 장면에선 한참을 울었다”며 “정말 가슴 따뜻한 드라마”라는 글을 올렸다.

김용기 씨는 “마음이 짠했다. 작가와 연출가 그리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 덕택에 두 눈에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호평했다.

시청자들은 “아픔 많은 은수를 더 이상 울리지 마라” “새엄마와 친엄마의 사랑을 모나지 않게 잔잔하게 그려 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곰배령’은 재인네 식구들이 곰배령으로 이사 오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재인네 가족을 질투해 사사건건 훼방을 놓고 괴롭히는 이장 오철주(김명국)네 가족,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통나무집 식당 주인 신우균(현우성)과 아들, 노총각 재승(정민성)에게 시집온 연변 아가씨 명옥(엄현경)의 사연이 전개된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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