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보 백 ○이 놓이면서 흐름이 약간 바뀌었다. 초반에는 흑 세력-백 실리 구도였다가 백 ○이 놓이면서 백 세력도 만만찮게 커졌다. 흑 27로 거의 한눈에 보이는 걸침. 이에 대해 협공도 가능하다. 하지만 원성진 9단은 백 28을 선택했다. 흑 31로 좁게 벌리게 하려는 뜻이다. 백 32에 흑 33은 날렵한 행마. 전에는 보통 날일자가 두어졌으나 지금은 이처럼 비마로 한 칸 더 나간다.
백 34는 절대의 곳. 흑에 손이 돌아가 날일자로 미끄러지면 백은 빈껍데기만 남는다. 흑 37로 붙인 것은 노림이 있는 강수. 백 38로 참고 1도처럼 백 1로 물러서서 받으면 흑 2로 끊겠다는 것. 흑 10까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전투가 벌어진다. 원 9단도 흑의 의도를 알지만, 흑이 유리한 참고도만 계속 머리에 맴돈다.
결국 백 38로 타협했다. 물러서면 전투가 되고 백 38로 흑 한 점을 잡자고 하면 타협이 되는 아주 기이한 경우다. 백 44까지 백이 불만 없는 절충.
박정환 9단은 흑 47로 3·3에 파고들어가 실리를 취한다. 백 50에 흑 51이 선수여서 흑53으로 나갈 수 있는 게 흑의 자랑. 백 54는 실착. 참고 2도처럼 백 1, 3으로 두는 게 확실했다. 백 54가 왜 실수인지 다음 보에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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