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성취하지 말고 존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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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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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노래-조경주, 그림 제공 포털아트
삶의 노래-조경주, 그림 제공 포털아트
어떤 시골 교회 마당의 표석에 ‘성취하지 말고 존재하라’는 말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우연히 보게 된 그 문장 하나가 뇌리에 각인돼 오랫동안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뭔가를 성취하려는 목적의식으로 앙앙불락하며 인생을 사는데 성취하지 말고 존재하기만 하라니 아무리 자연주의적인 사고라 해도 너무 극단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성취와 비슷한 말에 성공 완성 완수 달성 실현 같은 말들이 있습니다. 하나같이 뚜렷한 목표의식과 성취욕구가 없으면 사용하기 어려운 말들입니다. 쉽지 않은 추구 과정, 피나는 노력과 성실이 없으면 이루어내기 어려운 결과라서 세상 사람은 그와 같은 말들을 높이 평가하고 추구하며 자신이 지향하는 인생의 목표로 삼고 싶어 합니다.

성취와 성공으로 세상의 귀감이 된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이루어낸 결과만 존중함으로써 더 많은 실패자를 외면하고 더 많은 실패 사례를 무시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오직 일등만 기억하고 성공만 인정하는 각박한 세상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푸념하고 자조하며 술을 마시는 사람들, 그들의 내면에 뭉친 인생의 응어리는 성취와 성공에 대한 우리 모두의 그릇된 인식과 풍조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성취한 사람이건 성취하지 못한 사람이건 모든 존재는 소중합니다. 성공도 존재하는 방식의 일종이고 실패도 존재하는 방식의 일종입니다. 그러니 어느 한쪽만을 추구하고 지향하며 나머지 반대급부의 어둠과 고통을 무시하며 살아서는 안 되겠습니다. 에이브러햄 링컨처럼 훌륭한 정치인도 여덟 번이나 선거에 낙선했고 에디슨 같은 발명왕도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합니다. 명작을 남긴 작가나 시인, 음악가나 학자들도 그들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1%의 성공과 99%의 실패가 그들 인생의 내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나아가 인류의 모든 성공 사례는 99%의 실패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농구 황제라고 불리는 마이클 조던은 고등학교 시절 농구부에 지원했다가 거절당하는 수모를 겪고 집으로 돌아가 온종일 울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농구 황제가 탄생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니 ‘황제’라는 결과보다 그 어린 시절의 실패 경험을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선수생활 중 9000번 넘게 슛에 실패하고 300차례나 경기에서 지고 동점골을 깰 수 있는 26번의 결정적 기회에서 모두 실패했다고 합니다. 수도 없는 실패의 경험이 결국 그를 ‘농구 황제’의 자리에 이르게 한 셈입니다.

박지성 박세리 박태환 김연아는 성취하고 성공한 사례입니다. 제2의 박지성 박세리 박태환 김연아가 되고자 하는 수많은 연습생은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그 추구 과정만으로도 넉넉히 존중받아야 합니다. 오직 일등만 기억하고 성공만 치켜세운다면 일인자를 제외한 모두를 실패자로 몰아붙이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럴 때 ‘성취하지 말고 존재하라’는 말은 성취보다 존재성에 초점을 맞춘 금언으로 우리의 닫힌 의식을 열리게 합니다. 성취에 대한 강박과 스트레스에 지친 영혼을 쉬게 하는 말, 마음이 힘들 때마다 되새겨 보아야겠습니다.

박상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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