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바비킴 “생애 첫 1위 턱, 300만원어치 한우 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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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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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서 제대로 뜬 솔(soul) 대부 바비킴

바비킴은 “곡을 고를 때는 내가 얼마나 공감하느냐를 따진다”며 “감정을 담아 내 이야기인 양 솔직하게 불러야 한다. 그래야 진정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바비킴은 “곡을 고를 때는 내가 얼마나 공감하느냐를 따진다”며 “감정을 담아 내 이야기인 양 솔직하게 불러야 한다. 그래야 진정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세상만사 둥글둥글/호박 같은 세상 돌고 돌아/밤이면 이슬에 젖는/나는야 떠돌이/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

사정없이 고개를 흔들며 무대 위를 ‘방방’ 뛰어다닌다. 방청객도 하나둘 일어나 몸을 흔든다.

‘솔 대부’ 바비킴(본명 김도균·38)이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서 1위를 재탈환한 순간이다.

인터뷰 하러 만난 바비킴은 즐거운 표정이었다. 1994년 데뷔한 그는 실력파 가수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가요 프로그램에서 한 번도 1등을 한 적이 없었다. 8월 ‘나가수’에 합류해서도 ‘태양을 피하는 방법’(5위), ‘너의 결혼식’(6위)을 불렀지만 탈락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9월 18일 ‘골목길’로 1위, 이달 2일 ‘추억 속의 재회’를 불러 2위를 하더니 9일에는 11년간 함께해 온 힙합그룹 부가킹즈와 ‘물레방아 인생’을 불러 1위를 했다. 고음 가수가 득세하던 ‘나가수’에서 그는 잔잔한 솔 음악으로 간판스타가 됐다.

“제 인생에서 첫 1위예요. 처음 1위를 한 날에 ‘나가수’ 가수, 스태프에게 한우로 한턱 쐈어요. 300만 원가량 들었죠. 두 번째 1위 한 날은 삼겹살을 쐈어요. 지난번에 돈이 너무 들었다고 소속사에서 한 소리를 해서.(웃음)”

그는 ‘나가수’에 무척 감사함을 느낀다. 4월 4m 높이 난간에서 떨어져 갈비뼈를 크게 다쳤던 그를 일으켜 세운 게 ‘나가수’이기 때문이다.

“운이 나빴으면 하반신 마비가 올 수 있었던 큰 사고였어요. 숨쉬기조차 고통스러운 순간 제 눈에 들어온 건 병실 TV에 나온 ‘나가수’였죠. 출연 얘기가 오가던 중 사고를 당했거든요.”

그는 보컬 트레이닝부터 다시 받았다. 트럼펫 연주자인 아버지 김영근 씨는 “순위 생각 말고 네가 가진 걸 모두 쏟아 부어서 후회를 남기지 말라”고 조언했다. 아버지는 그가 가장 어려워하는 음악 선배다.

“아버지는 음악인으로서 고집 세고 까다로운 분이죠. 아직도 제 모습을 다 안 보여줬다고 질타하세요.”

바비킴은 세계적인 트럼펫 연주자가 되고 싶었던 아버지를 따라 2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하지만 현실은 고달팠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바에서 월급도 제대로 못 받으며 트럼펫을 연주하던 아버지는 꿈을 접고 막일을 시작했다.

인종차별로 고생하던 바비킴은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바비킴 가족은 1992년 로스앤젤레스 흑인 폭동으로 빈털터리가 돼 한국으로 왔다. 한국 생활도 녹록지 않았다.

“‘그놈의’ 음악을 하겠다고 덤볐지만 잘 안됐습니다. 노래 부를 목소리가 아니라고 퇴짜를 맞았죠. 1994년 닥터레게 래퍼로 데뷔하고도 EBS 영어 교육 프로그램 성우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았어요. 그러다 2004년 ‘고래의 꿈’을 발표하고 무명시간을 접었죠.”

‘나가수’에 출연하고 어린이부터 노년까지 팬 층도 두꺼워졌다. 그의 팬을 자처한 배우 박중훈은 트위터에 “자유로운 영혼에서 나오는 듯한 ‘필(feel)’이 매력적”이라며 “대개 필 좋은 가수는 에너지 과잉으로 부담스러운데, 바비킴은 편안하면서도 강하게 사람을 빨아들인다”고 평했다.

바비킴은 23일 2차 경연 방송을 앞두고 있다. 이미 녹화는 끝났다. 그는 호주 멜버른 시드니 마이 뮤직홀에서 치러진 이번 경연에서 김현식의 ‘사랑사랑사랑’을 불렀다. 노래 도중 마이크가 꺼지는 아찔한 경험도 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끝까지 불렀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팬들 덕분입니다. ‘나가수’에 나오고 짧은 시간 안에 팬들이 보여준 사랑과 관심은 충격적이었어요. 꼭 중간 탈락하지 않고 명예졸업(7차례 경연에서 살아남은 가수에게 주어지는 영예)하고 싶어요.”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박영욱 동아닷컴 기자 pyw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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