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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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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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들 “함신익 지휘자 연임 반대” 연주회 거부
노조 중재… 자진 철회하고 무대 복귀 해프닝

KBS교향악단 단원들이 함신익 상임지휘자(사진)와의 갈등으로 20일 정기연주회 연주를 거부했다가 이를 철회하고 무대에 복귀했다.

20일 KBS에 따르면 교향악단 단원들은 이날 상임지휘자 연임 반대 등을 내걸고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오후 8시 서울 여의도동 KBS홀에서 열리는 연주회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단원들이 요구한 조건은 △함신익 상임지휘자 연임 불가 및 후임 지휘자 조기 선정 △함신익 음악감독 대행 철회 △현악기 자리 재배치 원상회복 △지휘자의 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 사과 등 네 가지였다. 앤디 마일즈 클라리넷 협연자는 4시간이 넘도록 연습을 기다렸다.

단원들은 8월 말 KBS교향악단 운영위원회가 결정한 함신익 지휘자의 음악감독 겸임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7월에 함 지휘자가 현악기 자리 재배치를 제안하자 일부 단원이 지휘자에게 몰려가 항의하는 일도 빚어졌다.

9월 26일 플루트 수석을 비롯한 단원 11명이 회사에 승인을 받지 않고 주당 9∼25시간 외부 출강을 하는 등 위반 사실이 드러나 직위 해제와 출연 정지 경고 등을 받은 일도 갈등을 키웠다. 공석이 된 자리를 객원 단원으로 채우려는 지휘자와 반발하는 단원들 간의 분쟁이 누적된 갈등에 불을 댕겼다고 악단 안팎 인사들은 말했다. 단원들은 직위 해제돼 평단원이 된 플루트 수석을 ‘수석대행’ 자리에 앉혀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 KBS의 설명이다.

이번 정기연주회를 앞두고는 외국인 플루티스트를 객원 단원으로 불렀지만 단원들은 앙상블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기존의 플루트 수석을 다시 수석으로 연주하게 해달라며 회사 측과 맞서다가 연습 거부로까지 이어졌다. 객원 플루트 주자로 부른 2명은 “분위기가 좋지 않아 참여하지 못하겠다”며 연습장을 떠났다.

23일 바이올린 자리 재배치 시한을 앞두고도 최근 악장이 KBS와 지휘자에게 ‘바이올린 자리 재배치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징계를 받을 준비가 돼 있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측은 “단원들에게 요구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회사의 방침을 통보한 뒤 정기연주회를 취소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작성했으나 노동조합의 중재로 악장이 ‘네 가지 요구조건을 철회하고 연주회를 하겠다’는 문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3월 함 씨가 이 악단 상임지휘자로 내정될 때부터 단원들이 사내에서 반대 피켓 시위를 벌이는 등 해묵은 양측의 갈등이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주회가 끝난 뒤 만난 함 지휘자는 “프로 음악인들의 세계에서는 원칙과 규정대로 가야 한다. 단원을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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