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SO HOT 모피는 컬러를 타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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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검은 털로 온 몸을 휘감은 사모님 스타일은 잊어야 할 것 같다. 무지갯빛 찬란한 색을 입은 모피들이 쇼윈도를 점령했기 때문이다. 구치의 와인빛 모피 하프 코트는 1970년대 복고 무드를 떠올린다. 트렌드포스트 제공(왼쪽), 모피를 칼라처럼 붙였다 뗐다하는 워머(warmer)를 선보인 디오르. 트렌드포스트 제공(오른쪽)
올겨울 검은 털로 온 몸을 휘감은 사모님 스타일은 잊어야 할 것 같다. 무지갯빛 찬란한 색을 입은 모피들이 쇼윈도를 점령했기 때문이다. 구치의 와인빛 모피 하프 코트는 1970년대 복고 무드를 떠올린다. 트렌드포스트 제공(왼쪽), 모피를 칼라처럼 붙였다 뗐다하는 워머(warmer)를 선보인 디오르. 트렌드포스트 제공(오른쪽)
아직도 모피(fur)는 강남 사모님들만 입는 옷이라고 생각하는가. ‘모피를 입은 비너스’는 부와 권력에의 의지를 적나라하게 노출하는 속물이기 십상이라고 짐작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유행에 뒤처진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올겨울 모피는 청바지와 빈티지 원피스에도 거뜬히 어울릴 정도로 젊고 가벼워졌으니까.

겨울이면 화려하고 글래머러스한 스타일로 여심을 사로잡는 패션 아이템, 모피. 동물보호론자들의 취지에 백 번 공감하면서도 쉽사리 떨쳐버릴 수 없는 게, 여의치 않은 주머니 사정에도 지갑을 여는 게 바로 여성들의 겨울 로망, 모피다. 여성의 자존심이라 일컬어지는 명품 백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의상도 바로 모피다. 그래서 가방에 대한 욕심은 모피로 이어진다. 럭셔리 스타일을 살리고 ‘잇백(it bag)’을 더 핫(hot)하게 만드는 것도 모피다.

그 타협점일까. 올겨울 모피는 예전처럼 검은 털로 온몸을 감싸는 롱코트나 하프코트가 아니라 재킷처럼 길이가 짧아졌고 조끼나 기존 옷감에 털을 액세서리처럼 달아 모피 사용을 줄인 스타일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패션은 마치 반사신경처럼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모피에 열광한다. 한 철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보다는 두고두고 입을 수 있는 옷에 돈을 쓰는 것이라고 스스로 변명하는 탓일까. 경기 탓에 몸보다 마음이 더 추울 올겨울, 궁핍한 계절을 위로해 줄 모피 트렌드와 스타일링법을 알아본다.

화려해진 ‘여자들의 겨울 로망’

올겨울 세계 유명 패션쇼에 등장한 모피는 과거보다 훨씬 비비드한 색을 자랑한다. 가장 화려한 색감의 모피를 선보인 패션하우스는 단연 구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구톤(Earth tone)이란 명분으로 화이트에서 그레이, 브라운, 블랙처럼 얌전한 색의 모피가 강세였지만 올해는 한여름 원색의 향연이 모피로까지 전염됐다. 퍼플, 그린, 레드, 블루 등을 더한 모피는 한층 젊어졌다.

일부 패션 전문가는 앞으로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사람들의 기대를 반영한다고 해석한다. 원색의 모피가 부담스럽다면 블랙이나 브라운보다는 도시적인 느낌을 주는 그레이를 택하면 된다.
▼곱슬곱슬 양털 강세… 사모님 스타일은 잊어주세요▼


화려해진 색만큼이나 검은 모피가 온 몸을 휘감는 사모님 스타일은 올겨울 잊어야 할 듯싶다. 경기 탓인지 모피가 의상의 감초로 등장한 브랜드가 많았다. 합리적인 가격에 모피를 가질 수 있도록 의상 한 부분에 모피를 덧단 스타일이 각 브랜드의 런웨이를 점령했다. 고급스럽지만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고 스타일링의 묘미도 있어 모피 트렌드를 색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

지난해 겨울 모피로 장식된 조끼가 큰 인기였다면 올해는 소매가 모피로 이뤄진 재킷이라든지 허리선까지 올라오는 짧은 모피 코트가 런웨이에 등장했다. 버버리 프로섬은 어깨와 팔 일부분까지 검은 모피를 단 더블 코트가 자신감의 상징처럼 보였다. 이브생 로랑은 같은 아이템을 원피스에 응용했다. 베라 왕은 허리선이 넉넉한 니트 어깨 부분에 탈·부착이 가능한 염소털을 달아 실용성을 높였다. 프링글 오브 스코틀랜드와 루이뷔통은 소매 전체를 모피로 만들어 마치 천사의 날개를 연상시키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방시는 허리라인이 넉넉하게 잡혀 쉽게 입을 수 있는 모피 숏 재킷으로 패션 관계자들의 눈을 끌었다.

모피 액세서리는 이번 시즌 무척 감각적인 아이템이다.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을 만큼 강렬하기 때문에 부가적으로 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섹시하게 보일 수 있다. 모자, 가방 등 그날 자신의 옷 스타일과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을 만큼 선택의 폭이 다양해졌다. 코트 칼라에 탈부착 형태로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아이템은 ‘청담동 며느리룩’처럼 고급스러운 스타일을 연출할 때 유용하다. 카롤리나 헤레라는 니트 머플러와 모피를 섞어 보온성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아이템을 제안했다.

올해도 이어지는 시어링의 인기

이번 겨울 각 패션 하우스가 선보인 모피 의상에서 주목할만한 소재는 시어링이다. 지난해 새로운 모피 아이템으로 부상한 시어링은 올해도 유명 패션 브랜드에서 다양한 아이템으로 소화했다.

흔히 시어링은 깎은 양털을 말한다.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등지에서 생산된 양털을 가공해 만든 모피다.

1990년대 이후 시어링은 ‘비싸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패션가에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겉감에 쓰이기보다는 오히려 안감에 쓰이며 보온성을 높여주는 용도에 그쳤다. 하지만 한동안 주춤했던 시어링이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갈수록 추워지는 겨울 날씨 때문에 모피 구입에 주머니를 여는 러시아나 중국 등 신흥 부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모피 명가’라 불리는 펜디에서부터 보테가 베네타,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아이스버그, 언더커버, 바버라 뷔 등 다양한 패션하우스가 시어링의 매력에 푹 빠졌다.

여우털, 엄마 옷장 밖으로

모피가 무지개빛 색을 입고 디자인이나 소재에서 한층 젊어진 것처럼 여우털도 마찬가지다. 너무나도 우아한 이브닝드레스와 캐시미어 상의에 걸쳐진 금빛 여우털은 모피하면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이미지다. 바버라 뷔, 펜디, 구치 등은 여우털 특유의 긴 털을 과장한 형태로 패치해 오히려 더 캐주얼해보이고 점퍼 같은 아우터에도 접목됐다.

새 옷을 사는 게 부담스럽다면 옷장 속에서 썩고 있는 여우털 코트를 재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오래된 엄마 모피 코트나 유행 지난 구닥다리 모피 코트가 있다면 과감하게 팔뚝과 밑단을 잘라내 리폼해 보자. 퍼 베스트와 A라인의 짧은 모피 재킷으로 변신한 옷장 속의 ‘애물단지’는 당신이 알뜰하고 센스 있는 멋쟁이임을 확인시켜 줄 것이다. 어떤가. 이 정도면 엄마 코트 훔쳐 입고 나왔다는 오해받을 걱정 없이, 젊고 경쾌한 감각으로 모피에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도움말: 트렌드포스트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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