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입으면 어때, 10대들이여 도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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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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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좀비스’ 시리즈 마친 ‘얼굴 없는 소설가’ 재일교포 가네시로 가즈키 씨

재일교포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 씨(43)가 2003년 출간한 장편소설 ‘플라이, 대디, 플라이’는 일본과 한국에서 나란히 영화화됐다. 배우 이준기가 출연한 영화로 국내에 알려진 이 작품은 사실 작가의 ‘더 좀비스 시리즈’ 두 번째 편이다.

가네시로 씨는 이 시리즈의 첫 번째 편인 ‘레벌루션 No.3’로 1998년 등단했다. 2000년 재일교포의 차별을 다룬 ‘GO’로 나오키상을 받으며 한일 양국에서 주목받았다.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작가는 초심을 잃지 않았다. ‘레벌루션 NO.3’ ‘플라이, 대디, 플라이’에 이어 2005년 ‘더 좀비스 시리즈’의 세 번째 편인 ‘스피드’를 냈고 최근 시리즈의 최종편인 ‘레벌루션 No.0’를 출간하며 13년간 이어진 ‘더 좀비스 시리즈’에 마침표를 찍었다. ‘공부는 꼴등이지만 우정만은 일등’인 남자 고교생들의 일탈과 반항, 희망 찾기를 간결하고 유쾌한 터치로 그린 이 시리즈는 국내에서 50만 부 넘게 판매됐다.

10년 넘게 이어진 시리즈를 마친 작가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얼굴을 밝히지 않는 ‘신비주의 작가’ 중 하나로 알려진 가네시로 씨는 “독자가 갖고 있는 작품 이미지를 깨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자신의 사진을 싣지 말아달라고 했다.

“10대는 ‘자유롭지 못하다’라는 특권을 향유할 수 있는 세대입니다. 학교나 교사, 부모라는 규율과 속박, 그리고 스트레스 속에서 발버둥칠 수밖에 없지만 그것을 뛰어넘었을 때의 쾌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가져옵니다. 그 카타르시스가, 10년 넘게 지탱해온 제 이야기의 원동력입니다.”

가네시로 씨는 처음에는 시리즈를 생각하지 않았지만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 때문에 속편을 썼다고 한다. 20대 후반에 이 시리즈의 집필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도 40대 초반의 중견작가가 됐다.

“처음에는 등장인물이 바로 나 자신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썼는데, 언젠가부터 등장인물을 아들 또래로 보게 되더군요.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이 시리즈는 흔히 보는 일본 성장소설과 다르다. 재일교포로서 자신이 받은 차별을 자전적 소설인 ‘GO’에서 풀어낸 것처럼 작가는 총련계 출신 박순신, 혼혈아인 아기날드를 통해 일본 사회의 마이너리티 인생을 끄집어낸다. 이들은 사회의 기득권을 가진 기성세대에 정면 대응한다. 최종편 ‘레벌루션 No.0’에서도 학교의 이익을 위해 학생들의 자퇴를 유도하는 교사들과 싸우는 기백이 여전하다. 작가는 10, 20대 독자들에게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상처입어도 된다는 마음으로 여러 도전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더 좀비스 시리즈’는 끝나지만 시리즈에 등장했던 억세게 운 없는 고교생인 미나가타가 대학생이 돼 경험하는 일들로 새 시리즈를 선보일 계획이다. 첫 번째 책은 여대생 실종사건을 다룬다.

“대학생 미나가타는 보다 더 심각한 ‘어른들의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이제는 세상에 내재된 깊은 어둠에 발을 들여놓아서 상처를 입으면서도 ‘세상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습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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