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댄스드라마 데뷔하는 김인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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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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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하게 매달리는 여인役 그것도 다 사랑의 모습이죠”

댄스드라마 ‘애.별’로 6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김인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 그는 작품에서 헤어진 연인에게 전화를 거는 외로운 여인 역을 맡았다. 서울발레시어터 제공
댄스드라마 ‘애.별’로 6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김인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 그는 작품에서 헤어진 연인에게 전화를 거는 외로운 여인 역을 맡았다. 서울발레시어터 제공
“무대에서 조명을 받으면 3kg은 더 쪄 보이거든요. 지금처럼만 보이려고 해도 살을 빼야 한다는 거잖아요.”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의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만난 김인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은 잠시 머뭇거리다 채소와 토마토만 있는 샐러드를 주문했다. 테이블에 올라온 빵에도 손을 대지 않았다. “아직 한 달 남았지만 미리 준비해야죠. 이젠 무대에 서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머리도 짧게 잘랐는데…. 다시 기르는 중이에요.”

김 단장은 7월 23, 24일 경기 과천시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에서 공연할 댄스드라마 ‘애.별’을 통해 ‘배우’로 데뷔한다. 서울발레시어터와 함께 과천시민회관 상주단체인 극단 모시는사람들의 김정숙 대표가 연출하는 작품이다.

“작년 9월 김 대표님과 만나 얘길 하다가 두 단체의 장이 만나서 작품을 하는 것도 좋겠다는 말이 나왔어요. 12월까지만 해도 농담처럼 주고받던 얘기였는데 조금씩 일이 커졌어요.”

2005년 발레단 창단 10주년을 맞아 ‘작은 기다림’으로 무대에 오른 지 6년 만이다. 김 단장의 남편이자 서울발레시어터 상임안무가인 제임스 전 씨가 안무를 맡았는데 키스신도 있단다.

‘애.별’은 장 콕토의 희곡 ‘목소리’를 김 대표가 각색한 작품. 연인과 헤어진 여인의 독백극이다. 원작 ‘목소리’는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를 모델로 했다는 후문이 있는데 이번 공연에서도 피아프의 샹송을 몇 곡 깔 예정이다. “피아프가 죽었던 때가 48세, 지금 저랑 같은 나이예요. 피아프의 마지막 사랑은 스물한 살 연하의 연인이었죠. 공교롭게도 제 상상 장면에서 상대역을 맡은 배우 이재민 씨도 저보다 스물한 살이 어려요.”

공연 한 달을 앞두고 매일 연습에 매진 중인 김 단장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놓은 대본을 틈틈이 암기한다. “2, 3시간짜리 전막발레를 해왔기에 체력적으론 힘들지 않아요. 단원들 지도하던 목청이 있어서인지 목도 많이 아프진 않고요. 웃었다, 울었다, 화냈다, 기뻐했다, 감정 변화가 많은 작품이라, 그게 힘들죠.”

발레리나 시절부터 김 단장은 춤을 그만둔 뒤 배우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가장 존경하는 발레리나로 꼽는 이탈리아의 카를라 프라치 역시 발레리나 시절의 뛰어난 연기력을 바탕으로 영화배우가 됐죠. 제가 이런 무대를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후배 발레리나들도 발레 외에 여러 장르로 영역을 확대해 나갈 용기를 얻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서울발레시어터 단장을 맡은 뒤에는 사람들이 자신을 여자로, 혹은 전직 발레리나로 볼까봐 긴 머리도 짧게 자르고 치마보다는 바지를 입던 그다. 사랑하는 이에게 매달리는 불쌍하고 비참한 여자 역할을 맡는 게 두렵지 않았을까. “연기를 하며 이별의 고통도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이라는 걸 새삼 느껴요. 완벽하게 역할을 소화해낸다면 현실에서의 김인희와 배우 김인희를 헷갈리지 않겠죠. 제게는 또 다른 도전인 셈이에요.” 3만 원. 고등학생 이상 관람가. 02-509-7700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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