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물의 왕국서 피어나는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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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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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로 환생환 ‘투란도트’

■ 대구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에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 자체 제작해 개막작으로 선보인 뮤지컬 ‘투란도트’에서 칼라프 왕자 역의 이건명 씨와 투란도트 공주 역의 박소연 씨가 사랑의 이중창을 부르고 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제공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 자체 제작해 개막작으로 선보인 뮤지컬 ‘투란도트’에서 칼라프 왕자 역의 이건명 씨와 투란도트 공주 역의 박소연 씨가 사랑의 이중창을 부르고 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제공
끌리는 소재와 극적 구성이 일찌감치 검증받았기 때문일까. 오페라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베르디의 오페라를 원작으로 한 ‘아이다’나 푸치니의 ‘나비부인’ ‘라보엠’에서 각각 영감을 얻은 ‘미스 사이공’과 ‘렌트’가 대표적이다.

올해로 5회를 맞아 20일 개막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은 올해 처음으로 자체 제작 뮤지컬을 개막작으로 선보이면서 그 성공 트랙을 쫓았다. 푸치니의 또 다른 대표작 ‘투란도트’를 뮤지컬화한 것. 연극 ‘흉가에 볕들어라’와 ‘설공찬전’의 작가 이해제 씨가 대본을 쓰고 ‘형제는 용감했다’와 ‘싱글즈’를 작곡한 장소영 씨가 작곡을 맡았다. 유희성 전 서울뮤지컬단장이 예술총감독과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오페라의 등장인물을 그대로 차용했다.

청혼자들에게 수수께끼를 내고 풀지 못하면 목숨을 빼앗는 얼음공주 투란도트(박소연·나비)와 목숨을 걸고 이에 도전하는 칼라프 왕자(이건명) 그리고 칼라프를 짝사랑하는 노예소녀 류(임혜영·설화)다. 달라진 것은 무대를 중앙아시아나 중국이 아니라 오카케오마레라는 환상적인 물의 왕국으로 설정한 점이다. 그 덕분에 원작의 오리엔탈리즘 요소를 피하면서 대중적 친화력을 더 높였다. 서울뮤지컬단이 두 달 앞서 선보인 ‘투란도’가 무대를 고대 제국으로 옮겼지만 중국풍을 벗어나지 못한 것에 비하면 영리한 선택이었다.

이해제 작가는 칼라프가 풀어가는 3가지 수수께끼를 확대 변형시켜 가며 극적 재미를 높였다. 원작 속 핑 퐁 팡 3인방 외에 팽이라는 좀 더 엉뚱한 제4의 캐릭터를 집어넣어 작품의 희극성을 강화했다. 장소영 음악감독은 장면 장면에 충실해 여러 편의 뮤직비디오를 이어붙인 듯한 ‘케이팝 뮤지컬’의 공식에 충실한 음악을 선보였다. ‘오직 나만이’와 ‘부를 수 없는 나의 이름’ 등의 넘버는 확실히 중독성이 강했다. 여기에 중국시장을 겨냥해 류의 순애보적 사랑의 비중을 높이면서 중국뮤지컬 ‘디에’를 연상시키는 의상과 군무, 영상효과를 결합했다.

지난해부터 국고 지원이 줄어들면서 대중적 작품으로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이러한 전략은 정확히 과녁에 꽂혔다. 이 작품은 ‘디에’를 제작한 중국 최대 뮤지컬제작사 동방송레이그룹과 라이선스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은 “올해 11월 베이징에 들어설 이 그룹의 뮤지컬전용극장에서 열리는 중국어 공연을 포함해 향후 5년간 중국 전역의 공연수입 중 12%를 로열티로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DIMF에 폐막작 ‘사랑해, 테레사’ 공연팀을 이끌고 참가한 중국 동방송레이그룹의 리둔 회장도 “개인적으로 ‘미스 사이공’을 가장 좋아하는데 ‘투란도트’도 그 못지않게 감동적인 뮤지컬”이라고 말했다. ‘사랑해, 테레사’는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중국 가수 덩리쥔(테레사 덩)의 대표곡 30여 곡을 엮고 10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작품이다.

다음 달 11일까지 펼쳐질 이번 페스티벌에선 이 밖에 지난해 뉴욕뮤지컬페스티벌(NYMF) 2관왕인 ‘I Got Fired(나 해고됐어)’와 세계적 화가이자 조각가 얀 보스의 작품을 녹여 넣은 프랑스 뮤지컬 ‘At Home(집에서)’ 등 4개국 18편의 뮤지컬이 공연된다. 공식초청작 7편, 창작지원작 3편, 대학생 뮤지컬 페스티벌공연 8편이다. 1만∼6만 원. 야외공연 ‘로미오와 줄리엣’은 무료. 053-622-1945∼7

대구=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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