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덧없이 사라진 것들에 바친 평생기자의 취재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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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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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민병욱의 민초통신 33/민병욱 지음/328쪽·1만5000원·나남

기자(記者). 한문 뜻을 살펴보면 ‘기록하는 사람’이다. 기자는 나라를 뒤흔드는 사건뿐 아니라 유행이나 시대 흐름 등 우리네 삶의 모습도 관심을 기울이고 살펴 기록으로 남긴다. 그러나 지면에 모든 내용을 다 소개하기는 어려운 법. 30여 년 동안 기자생활을 한 저자가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취재했던 사회상과 못다 한 이야기를 책으로 풀어 그 아쉬움을 달랬다.

책에는 흘러간 생활사가 고스란히 담겼다. 1981년 ‘사라져가는 풍물’ 취재 때 저자는 재래식 굴뚝청소부를 만났다. 이미 그 당시에도 찾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굴뚝청소부를 북촌마을에서 어렵게 만난 일, 그의 하루 일정을 함께하고 인생 이야기를 들었던 일, 취재 당시의 분위기 등을 세밀하게 기록했다.

1970년대 ‘다방’ 이야기도 재미있다. 당시 차 한 잔을 시켜 놓고 몇 시간을 죽치던 손님을 쫓아냈다고 고발 기사가 실리고 기자들도 출근하면서 달걀노른자를 띄운 모닝커피를 마시고 일을 시작할 정도로 전 국민의 아지트였다. 하지만 자동판매기와 오디오의 보급으로 1980년대 급격히 수가 줄었다고 회상했다.

그 외에도 1977년 이리 화약열차 폭발사고 당시 제보를 받고 회식 도중 달려간 이야기, 17세 나이에 과로로 서서 졸다 차에서 떨어져 숨진 시내버스 여승무원 이야기 등을 읽노라면 ‘맞아, 그땐 그랬지’란 말이 절로 나온다. 국가 차원에서 시행된 전국 ‘동시 반상회’와 ‘국기 하강식’ ‘극장 애국가’ 등에 대해선 비판적 시선을 보낸다.

모두 33편의 글로 구성된 책의 내용은 저자가 포털 사이트 네이버 캐스트에서 ‘옛날 신문-그 시절 그 이야기’란 제목으로 2008년 8월부터 연재했던 것을 엮은 것이다. 인터넷 댓글도 함께 소개해 당시 사회상에 대한 다른 이의 생각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우리 기억에서 사라진 삶의 순간, 조각난 편린을 하나하나 맞춰보자는 생각에 글을 썼다”고 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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