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700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까지 14개체의 화석인류를 복원해 전시한 코너.연천=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국내 대표적인 구석기 유적인 경기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에 25일 전곡선사박물관이 문을 연다. 전곡리는 1978년 동아시아 최초로 아슐리안 주먹도끼(찍고 자르는 기능을 갖춘 도끼)가 발견돼 세계 고고학계를 놀라게 했던 곳. 아슐리안 주먹도끼는 당시까지 유럽과 아프리카에서만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전곡선사박물관은 7만2500여 m²의 용지에 건축면적 5350m²로 유적지에 들어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선사박물관이다. 우선 건물 외관이 인상적이다. 밖에서 바라보면 한 마리의 용이 대지의 표면에 바짝 붙어 천천히 꿈틀거리는 모습이다. 건물 전체에 곡선미와 율동감이 넘치고 스테인리스강으로 건물 표면을 덮어 세련미를 더했다. 야간에는 조명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건물은 지상으로 돌출되지 않고 자연환경 속으로 스며드는 듯하다. 건물 위쪽 표면에는 산책로를 만들어 관람객이 직접 그 위를 걸어다닐 수 있도록 했다.
전시실은 입구부터 구석기시대 동굴유적의 이미지를 구현했다. 맨 앞에선 전곡리에서 출토된 주먹도끼가 관객을 맞이한다. 그 뒤로 ‘인류의 위대한 행진’ 코너가 나온다. 약 700만 년 전의 투마이인부터 약 1만 년 전의 만달인까지 14개체의 화석인류를 복원해 전시했다. 인류의 조상들이 관객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 나오는 듯하다.
주먹도끼 주먹자르개 주먹찌르개 찍개 긁개 등 전곡리에서 발굴한 다양한 구석기 유물도 전시한다. 이들 유물 코너 옆에는 발굴 당시 전곡리 유적을 복원해 발굴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구석기 동굴을 재현한 코너도 매력적이다. 횃불을 들고 동굴 속으로 들어가면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 등 구석기인들의 동굴예술을 만날 수 있다. 이탈리아 알프스의 만년설 속에서 발견된 5300여 년 전 아이스맨의 미라도 재현해 놓았다.
전시실 곳곳에선 다양한 영상물로 구석기시대의 삶과 문화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체험 공간도 풍부하다. 움집 사냥체험을 비롯해 석기 만들기, 불 피우기, 가죽옷 만들기, 동물 뼈와 조개를 이용한 장신구 만들기, 벽화 그리기, 발굴 체험 등이 가능하다.
초대 관장은 배기동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59)가 맡았다. 배 관장은 1979년부터 32년째 전곡리 유적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연구해 온 ‘전곡리 구석기맨’. 그는 “전시공간과 콘텐츠 모두에서 세계적인 고품격 선사박물관”이라며 “특히 부모와 자녀가 함께 관람하고 체험하기 좋은 문화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개관 기념전으로는 네덜란드 레이던민족학박물관과 함께 ‘음악이 인류에게 준 선물(Origin of Music)’ 전시를 10월까지 마련한다. 5월 1∼5일엔 한국 프랑스 미국 등 15개국의 구석기 전문가 60여 명이 참석하는 세계 아슐리안 주먹도끼 학술대회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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