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일 폐막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왕오천축국전’ 세계 첫 공개… 무거운 주제에도 15만명 관람
①신라 승려 혜초의 여행기 ‘왕오천축국전’(727년 완성). 8세기 인도와 서역의 종교 생활문화상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②중국 둔황 막고굴 275호굴(모형)을 둘러보는 관람객들. 실크로드 서역 남도 케리야 지방에서 최근 발굴된 여래좌상 벽화(③)는 서역 남도의 동서문물교류 양상을 잘 보여주는 유물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왕오천축국전과의 꿈같은 만남” “일본도 부러워한, 가장 학술적인 실크로드 전시” “한국 고대 문화의 원류를 들여다볼 수 있었던 흔치 않은 기회”.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세계문명전 ‘실크로드와 둔황-혜초와 함께하는 서역기행’(동아일보 국립중앙박물관 MBC 공동주최)이 국내 미술품·문화재 전시사에 획기적인 족적을 남긴 채 100여 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4월 3일 막을 내린다. 총관람객 15만 명. 대중적 흥미보다 학술적 문화적 의미를 추구한 전시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수다.
전시에는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신라 승려 혜초(慧超·704∼780년경)의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과 중국 신장(新疆) 간쑤(甘肅) 닝샤(寧夏) 지역의 박물관 11곳에서 소장하고 있는 실크로드 유물 220여 점을 선보였다.
○ 세계인 혜초와의 만남
최고의 관심사는 역시 세계 최초로 공개 전시된 ‘왕오천축국전’. 1908년 중국 둔황(敦煌) 막고굴(莫高窟) 장경동(藏經洞)에서 발견돼 프랑스로 넘어간 이래 지금까지 한 차례도 공개 전시한 적이 없었다. 혜초가 727년 이 글을 완성했고 2010년 12월 한국에 들어왔으니 1283년 만의 귀향이었다. 2009년 일본 덴리대에 있는 안견의 ‘몽유도원도’, 2010년 일본 유럽 등지에 흩어져 있는 고려불화에 이어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 명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더욱 뜻 깊은 전시였다.
관객들은 ‘왕오천축국전’을 보며 한국 최초의 세계인 혜초의 정신도 만났다. 열다섯의 어린 나이에 신라를 떠나 중국에 들어간 뒤 열아홉에 인도를 거쳐 서역 페르시아까지 장장 2만 km를 여행한 혜초의 도전정신 세계정신을 되새겼다. 동국대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혜초 원정대를 꾸미기로 했다.
○ 고품격 실크로드 전시
이번 전시는 실크로드전 가운데 근래에 보기 드문 학술적 가치가 높은 전시로 평가받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민병훈 아시아부장은 “일본에서 수도 없이 실크로드전이 열렸지만 학술적 가치는 이번 전시가 가장 높다. 새로 발굴된 유물이 대거 출품되고 최신의 연구성과를 전시에 반영해 국내의 전시사상 획기적인 고품격 학술 전시였다”고 평가했다.
이 덕분에 동서문명 교류 전문 연구자들이 많이 다녀갔다. 일본의 연구자와 대학원생들도 전시를 관람했다.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권영필 명예교수, 서울대 동양사학과 김호동 교수 등은 전시장에서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권 교수는 “한국 고대문화의 원류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전시였다. 언제 또 이런 전시를 볼 수 있을 것인가”라며 “특히 서역 남도 누란지역의 벽화는 최근 발굴된 것으로 중국에서도 볼 수 없는 실크로드 유물이다.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동서 문물교류와 우리 고대문화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는 평이다.
100여 일 동안 전시를 이끌어온 국립중앙박물관 담당자들의 소감도 각별했다. “국내 첫 실크로드 전시, 세계 첫 왕오천축국전 전시. 시종 감동이었다.”(오영선 학예연구사) “100일 동안의 꿈같은 만남. 이제 돌아간다니 너무 아쉽다.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그 아쉬움에 요즘은 매일 매일 전시를 보고 또 본다.”(민병훈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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