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王의 우물’ 115년 만에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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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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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국민신탁 등, 궁궐내 32곳 조사
먹을 수 있게 정수 뒤 10여 곳 복원

경복궁의 교태전 우물(위)과 강녕전 우물. 교태전 우물은 수량과 수질이 양호해 궁궐 우물 가운데 가장 먼저 ‘마실 수 있는 우물’로 탈바꿈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유산국민신탁 제공
경복궁의 교태전 우물(위)과 강녕전 우물. 교태전 우물은 수량과 수질이 양호해 궁궐 우물 가운데 가장 먼저 ‘마실 수 있는 우물’로 탈바꿈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유산국민신탁 제공
조선시대 왕이 마시던 궁궐 우물이 100여 년 만에 되살아난다. 경복궁 우물의 경우 1896년 아관파천 이후 폐쇄된 지 115년 만의 복원이다.

‘살아 숨쉬는 궁궐 만들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우물 복원을 추진해온 문화유산국민신탁과 웅진코웨이는 17일 궁궐 우물에 대한 연구조사 결과와 앞으로의 활용 계획을 발표했다. 문화유산국민신탁과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말라있던 왕의 우물 100년 만에 샘솟다’라는 주제로 ‘5대궁 어정(御井) 수질 개선을 위한 한 문화재 한 지킴이’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웅진코웨이는 그동안 우물의 구조, 수질, 수원을 조사하고 내부를 청소했다. 현재 남아 있는 궁궐 우물은 경복궁(칠궁 포함) 7개, 창덕궁 10개, 창경궁 10개, 덕수궁 3개, 종묘 2개. 우물 32개 가운데 물이 차 있는 우물은 23개였고 평균 우물 깊이는 3.41m, 평균 수심은 약 2m였다.

수질조사 결과, 먹는 물로 적합한 우물은 없었다. 대장균 등 미생물 항목이 먹는 물 기준을 초과했기 때문. 그러나 도심 우물치고는 수질이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웅진코웨이환경기술연구소 김연태 과장은 “도시 지하수에서 주로 발견되는 발암성 유기화합물이 나오지 않았고 질산성질소 항목도 기준을 충족시켰다”며 “100년 동안 사용하지 않은 우물이었지만 생각보다 수질이 좋고 수량도 많다. 정수 과정을 거치면 마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문화재청과의 협의를 거쳐 궁궐별로 두세 곳씩 우물을 선정해 안내판을 설치하고 우물 뚜껑을 고궁에 맞는 디자인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또한 정기적으로 수질과 수량을 모니터링하면서 수질을 개선해나갈 방침이다.

궁극적으로는 마실 수 있는 궁궐 우물로 탈바꿈시킨다는 생각이다. 이번 조사 결과 가장 상태가 양호한 경복궁 교태전 우물, 칠궁 냉천 우물, 창덕궁 옥류천 우물, 창덕궁 경훈각 우물이 대상이다. 정수처리 장치를 제작해 올해 안으로 문화재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뒤 우선 경복궁 교태전 우물에 시범 설치할 계획이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의 강임산 사무국장은 “그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던 궁궐 우물을 되살리고 활용함으로써 궁궐을 살아 있는 문화재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궁궐 우물에 대해 문헌조사를 실시한 홍순민 명지대 교수는 “우물 복원 및 활용은 궁궐의 생활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27일 오전 10시 반 경복궁 강녕전 우물에서 ‘왕의 우물 체험행사’를 마련한다. 궁궐 우물 해설 및 우물물 마시기 행사가 열린다. 이날 제공하는 물은 웅진코웨이가 교태전 우물의 물을 떠서 정수 처리한 것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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