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독하게 추울수록 생각나는 산양일주도로 노을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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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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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통영 겨울여행

연말에 가진 며칠 휴가. 아내와 더불어 차를 몰아 부산으로 내달렸다. 특별한 주제는 없었다. 지나다 보고 싶은 사람 만나고 먹고 싶은 음식과 맛집을 찾아 그냥 여기저기 기웃거리기가 테마라면 테마였다. 루트는 해운대와 인근의 기장, 거가대교로 진해만 건너 거제를 경유해 통영을 여행하는 것이었다. 나처럼 별 계획 없이 그저 거가대교나 한번 타보자며 무작정 부산행을 결심한 이에게는 도움이 될 만한 일정이어서 소개한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오션뷰객실의 테라스에서 바라다본 일출 직후 해운대의 해변.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오션뷰객실의 테라스에서 바라다본 일출 직후 해운대의 해변.
○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에서 하룻밤.

부산 가는 길. 자동차로 달려본 지 하도 오래돼 중부와 경부 두 고속도로를 잇는 길 외에는 별 아이디어가 없었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은 달랐다. 생각지 못한 루트를 제시했다. ‘일산∼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중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대구부산고속도로∼해운대’였다. 주중 오전이라 그랬을까, 속도위반도 없이 쉬엄쉬엄 달렸는데도 막힘없이 5시간 만에 도착했다.

기장시장(부산 기장면) 안 ’못난이식당’의 갈치구이와 갈치찌개. 갈치만 내는 전문식당으로 번호표를 받고 기다려야 할 정도로 늘 찾는 이가 많다.
기장시장(부산 기장면) 안 ’못난이식당’의 갈치구이와 갈치찌개. 갈치만 내는 전문식당으로 번호표를 받고 기다려야 할 정도로 늘 찾는 이가 많다.
숙소는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굳이 여길 찾은 데는 나름 사연이 있다. 10여 년 전 처음 투숙했을 때 맞은 특별한 아침풍광 때문이다. 온돌방의 이부자리에서 잠을 깬 나는 요에 누운 채로 창밖을 보다가 감탄하고 말았다. 방바닥과 수평선이 맞닿아 일치하면서 내가 마치 바다에 둥둥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후 환상적인 이 느낌을 언젠가 다시 가져보리라 생각해왔고 아내에게도 이런 위대한 착각을 체험케 해주고 싶어 택한 것이었다.

그날 저녁. 나는 아내를 해운대에서 12km 동쪽, 기장시장(기장면) 한복판의 ‘못난이식당’으로 데려갔다. 이곳은 7년 전 지면에 소개한 향토 맛집으로 갈치구이와 갈치찌개 단 두 가지만 낸다. 가보니 가격 외에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여주인 송송자 씨(54)는 여전히 부엌에 선 채로 갈치를 굽느라 여념이 없었다. 손님도 변함없이 번호표를 받아 문간에서 자리 나기만 기다렸다. 맛도 여전했지만 더더욱 반가웠던 것은 그때나 다름없이 한상 가득 내오는 다시마 물미역 등 쌈밥용 해조류. 쌈장 대신 내는 칼칼하면서 감칠맛 도는 멸치젓과 전어젓갈도 변함없었다.

부산 해운대 해변의 낙조.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4층 옥상의 노천탕에서는 온천욕을 하면서 호텔 옆 미포쪽에서 뜨는 해와 광안대교 방향으로 지는 석양을 감상할 수 있다.
부산 해운대 해변의 낙조.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4층 옥상의 노천탕에서는 온천욕을 하면서 호텔 옆 미포쪽에서 뜨는 해와 광안대교 방향으로 지는 석양을 감상할 수 있다.
아내를 감동으로 몰아넣은 저녁식사 후 우리는 호텔로 돌아와 이곳 명물인 노천탕에서 야밤의 온천욕을 즐겼다. 노천탕은 해변으로 돌출한 호텔건물 4층 옥상의 테라스. 거기에는 수온 41∼45도의 온천 탕(5개)과 수영장이 있다. 물론 수영복 차림으로 남녀가 함께 즐긴다. 한겨울 노천욕의 매력. 온천탕에서 덥힌 몸의 열기를 영하의 외기에 노출시켜 식힐 때 느껴지는 짜릿한 시원함에 있다. 파도소리 들으며 밤하늘에 둥실 뜬 푸짐한 달과 해변 끄트머리 달맞이고개를 수놓은 카페의 영롱한 불빛을 감상하는 것 또한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의 노천온천욕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다.

부산 가덕도와 거제시 사이 진해만을 가로지르는 거가대교 2개의 교량 가운데 하나인 거가2교. 주탑과 케이블, 상판이 바다 위에서 이루는 기하학적 조화가 일품(사장교)이다.
부산 가덕도와 거제시 사이 진해만을 가로지르는 거가대교 2개의 교량 가운데 하나인 거가2교. 주탑과 케이블, 상판이 바다 위에서 이루는 기하학적 조화가 일품(사장교)이다.
○ 바다 위의 고속도로, 거가대교를 건너서…

부산과 통영을 두루 찾자는 휴가계획은 거가대교 덕분에 가능해진 새로운 여행루트다. 평소 같으면 부산에서 국도로 마산 고성을 거쳐 세 시간은 달려야 할 터. 하지만 지금은 절반쯤으로 줄었다. 부산시내에서 거가대교를 건너자면 남해고속도로(제2지선)의 가락 나들목(강서구)으로 나서야 한다. 게서 대교까지 거리는 12km. 내가 당도한 그날은 통행료(편도 1만 원)가 면제된 연말이었다. 그래서 몰려든 차량으로 다리 통행이 거의 마비에 이르렀다. 3.7km 해저터널을 통과하는 데만 한 시간이 걸렸을 정도. 하지만 얻은 것도 있었다. 서행한 덕분에 가덕도(부산)와 거제(장목면) 사이 진해만의 주변 풍광을 여유 있게 둘러본 것이다. 다리 구간은 가덕도와 거제도에 각각 설치한 요금소 사이 8.2km. 해저터널(3.7km)과 육상터널(1km), 2개의 사장교(3.5km)로 구성됐다.

가덕요금소 앞의 이정표를 보자. ‘통영 61km, 거제 25km’라고 씌어 있다. 막힘없이 간다면 통영까지 넉넉잡고 한 시간. 요금소를 지나니 해저터널 입구다. 길은 내리막으로 바닷속을 향한다. 터널 안에서 자신이 해저에 있음을 알려주는 유일한 표식은 ‘해저 깊이 36m’라고 보여주는 천장의 전광판뿐. 내리막길은 곧 평지가 되고 머잖아 오르막으로 바뀐다. 드디어 해저터널 출구. 진해만 병산열도의 죽도다. 예서 거제까지는 2개의 사장교가 바다를 가로지른다. 두 다리는 저도를 교각 삼아 연결됐는데 두 다리 사이에 지나는 지상터널이 저도다.

통영의 미륵도 최남단 바닷가 산기슭에 자리잡은 클럽이에스 통영리조트의 지중해풍 빌라. 한려해상국립공원의 40여 개 섬이 조망되며 아침 해돋이와 저녁 해넘이도 두루 감상할 수 있는 기막힌 위치다.
통영의 미륵도 최남단 바닷가 산기슭에 자리잡은 클럽이에스 통영리조트의 지중해풍 빌라. 한려해상국립공원의 40여 개 섬이 조망되며 아침 해돋이와 저녁 해넘이도 두루 감상할 수 있는 기막힌 위치다.
○ 한려수도의 지중해풍 휴양지, 클럽이에스 통영리조트에서 휴식

통영에 들어서니 오후 5시.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보며 서둘러 미륵도(산양읍)의 산양일주도로로 접어들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바다와 섬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낙조를 감상하기 위해서다. 목적지는 클럽이에스의 통영리조트. 통영 제일의 낙조 감상 포인트인 달아공원 근방으로 산등성에 자리 잡은 기막힌 전망의 가족호텔 겸 콘도다. 위치는 미륵도 최남단 산자락에서도 아주 높다. 그래서 점점이 40여개 섬으로 수놓인 한려수도 바다가 한 폭 그림처럼 펼쳐진다. 더더욱 특별한 것은 해넘이는 물론이고 해돋이까지도 여기서 두루 조망된다는 사실. 반도에서 흔치 않은 일출일몰 명소다.

산양일주도로(지방도 1021호·23km)로 접어들자 온종일 운전으로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싹 가셨다. 굽이굽이마다 달리 펼쳐지는 바다와 포구, 마을과 산악의 소소한 풍광 때문이다. 이 길은 우리나라 경관도로 중에서도 내가 늘 최고라고 치켜세우는 곳. 해질녘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을 보며 달리다보니 더욱 아름다웠다. 리조트로 가는 도중에는 ‘토지’ 작가 박경리 선생의 묘소 부근도 지난다.

다음 날 아침. 햇볕이 통유리창으로 쏟아지는 클럽이에스 리조트 1층 찻집에서 클럽이에스 이종용 사장(70)을 만났다. 따뜻한 통영에서 휴식하며 건강을 추스르는 중이었다. 그는 ‘예술품급 콘도 건축’으로 소문난 클럽이에스 제천리조트도 이 통영리조트와 마찬가지로 손수 지은 ‘무자격 건축가’다. 물론 설계는 건축가에게 맡기지만 건축 콘셉트만큼은 자신이 정하고 또 구현하는 방식도 자신의 것을 고집한다.

지중해풍 건축양식의 이국적 모습과 색깔. 이런 특징의 두 리조트가 우리 자연과 거스르지 않고 잘 어울리게 된 것은 오로지 그의 자연주의적 심미안과 30여 년간 전 세계 휴양지를 답사하며 기울여온 각고의 노력 덕분이다. 통영리조트의 모델도 아드리아해(지중해의 일부)의 휴양 섬 사르데냐(이탈리아)에서 찾아낸 소박한 해안마을이다. 그의 건축은 가급적 직선을 배제하고 곡선을 이용해 자연과 조화를 빚어내는 데서 빛을 낸다. 클럽이에스에서만 느끼는 편안함의 원천은 그런 자연미에 있다.

통영에 가면 입이 즐겁다. 그런 만큼 마음도 편하고 몸도 가볍다. 사철 바다진미가 넘쳐나는 곳이어서다. 그런 통영에서도 겨울은 특별하다. 내가 좋아하는 미역이며 파래, 김이 지천인 데다 복국과 물메기 탕, 굴이 제철이기 때문이다. 그 계절진미를 찾아 아내와 나는 새벽부터 북적이는 서호시장을 찾았다. 어물전은 물메기로 넘쳐났고 시장통의 식당은 사람으로 넘쳐났다. 그런 아침에 찾는 식당은 두 곳. 대장간골목의 ‘원조 시락국’집(장어 넣고 끓여내는 시래기된장국 백반)과 바로 옆 복국식당 ‘만성복집’이다. 이곳은 서호시장을 찾는 나그네의 참새방앗간 같은 토속 맛집이다.


○ 여행 정보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위치: 해운대 모래해변을 마당처럼 안고 바다를 향해 들어선 최고급호텔. 발코니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해넘이와 해돋이를 두루 감상하는 오션뷰 객실 강추. △겨울사랑 패키지: 바다 조망 발코니 객실 1박에 다양한 특전을 포함해 22만5000원(주중·봉사료 세금 별도). 전통차, 노천온천과 야외수영장 무료 제공. 예약 051-742-2121 △홈페이지: www.paradisehotel.co.kr ▽못난이식당: 갈치전문점으로 구이(2만 원)와 찌개(1만8000원)를 내며 갈치회는 유동적. 연중무휴 오전 11시∼오후 7시 반. 기장시장 대게골목 근방. 051-722-2527. 대게골목에서는 살아 있는 대게 킹크랩을 즉석에서 쪄주는 식당과 상점 7곳이 성업 중.

◇통영 ▽클럽이에스 통영리조트: 2층짜리 빌라 6개동이 산책로 따라 꾸며진 정원을 중심으로 산등성에 자리 잡았다. 흰색 외벽에 주황색 기와를 얹은 지중해풍 빌라가 이국적 풍광을 자아낸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루나피에나’에서는 장작 가마로 이탈리아 본토 맛을 살린 피자를 구워내고 1층 한식당에서는 겨울별미 물메기탕을 시원하게 끓여낸다. 경남 통영시 산양읍 미남리 697-2, 예약 02-508-2323 ▽맛집 △원조 시락국: 장어를 고아 낸 육수로 끓여낸 시래깃국. 오전 3시 반∼오후 6시, 55년 역사. 서호시장 안 대장간골목. 055-646-5973 △만성복집: 서호시장 어물전 안 골목. 복국전문식당으로 졸복 1만 원, 참복 1만5000원. 연중무휴 오전 5시∼오후 6시. 055-645-2140

※통영 굴 전문점 ‘대양수산’: 경매장에서 막 가져와 깔끔하게 손질한 싱싱한 굴(찐 굴, 석화)과 전복 해삼 멍게 등 해산물을 저렴하게 먹고 사고 택배주문을 할 수 있는 식당 겸 유통점. 통영유람선터미널 1층에 있다. 현재 굴 시세는 kg당 1만 원이며 3kg 이상은 무료배송. 해물 모둠(굴 멍게 해삼 개불을 담아 한접시에 1만∼3만 원), 굴라면(4000원), 굴떡국(5000원)도 있다. 택배주문 055-644-4980, 010-4633-2017, www.doys.co.kr

부산·통영=글·사진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남이섬 촬영장 보고 막국수도 만들어 보고▼

서울∼춘천 한류관광열차 운행

가평(남이섬)역으로 가는 한류관광열차 안에서 펼치는 퓨전국악 공연.
가평(남이섬)역으로 가는 한류관광열차 안에서 펼치는 퓨전국악 공연.
지난해 12월 25일 오전 8시 반 서울역. 색동빛깔로 예쁘게 치장한 ‘한류관광열차’(4량 261석)가 소지섭 팬클럽 소속 일본인 관광객 20여 명 등 100여 명의 내외국인을 태우고 춘천을 향해 출발했다. 이날 춘천역에서는 이 열차의 운행 개시를 축하하고 내외국인 관광객을 맞는 환영식도 열렸다. 여기에는 한류스타 소지섭과 가수 유열, 이광재 강원도지사가 참석했다.

한류관광열차는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대표 길기연)이 외국인 한류관광객 유치를 위해 고안한 하루 일정의 여행패키지 상품. 전용열차로 남이섬과 김유정 문학촌, 춘천시내를 둘러보는 일정이다. 오전에는 가평(남이섬)역에 내려 남이섬의 겨울연가 촬영지를 둘러본 후 관광버스로 이동해 춘천과 김유정 문학촌을 찾는다. 춘천에서는 점심식사(닭갈비와 막국수) 후 풍물재래시장을 찾고 막국수 만들기 체험도 한다. 열차는 오후 6시 김유정역을 출발해 오후 7시 10분 서울역에 돌아온다.

가평으로 이동하는 객차에서는 퓨전국악과 ‘겨울연가’ ‘아이리스’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코믹연기로 보여주는 코스프레 드라마 등 이벤트도 펼친다. 귀경 열차에서는 저녁식사로 호텔 도시락과 커피, 녹차를 준다. 한류관광열차는 9월 26일까지 운행되며 가격은 외국인 8만9000원, 내국인 5만9000원. 예약 1544-7755, www.korailtravel.com

가평·춘천=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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