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5명의 도시인, 암담한 현실을 토해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5일 03시 00분


◇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지음·양윤옥 옮김 632쪽·1만4500원·은행나무

다섯 명의 인물 얘기를 교대로 들려주는 소설 ‘꿈의 도시’에서 경제발전의 불균형, 격심해지는 빈부격차 등 일본 사회의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한 작가 오쿠다 히데오. 사진 제공 은행나무
다섯 명의 인물 얘기를 교대로 들려주는 소설 ‘꿈의 도시’에서 경제발전의 불균형, 격심해지는 빈부격차 등 일본 사회의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한 작가 오쿠다 히데오. 사진 제공 은행나무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새 소설은 ‘군상극(群像劇)’이다. 다섯 명의 인물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이야기를 펼쳐내는데, 서로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사람들의 사연이 퍼즐처럼 맞춰져 큰 그림을 그려낸다.

‘공중그네’의 괴짜 의사 ‘닥터 이라부’를 기억하는 많은 독자는 이번 소설에서 또 어떤 기발한 인물이 만들어졌을지 궁금할 법하다. 작가 자신이 “스토리보다는 이야기 속에 그려진 인간들의 모습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대로, 그의 소설이 가진 매력은 캐릭터다. ‘꿈의 도시’에 나오는 캐릭터는 다섯 명. 그것도 ‘주인공+조연들’의 구성이 아니라 모두 고른 무게감을 갖는다. 작가는 이 다섯 인물의 이야기를 돌아가면서 들려주는 방식으로 소설을 끌어간다.

무대는 ‘유메노’라는 인구 12만 명의 지방 도시(작가가 만들어낸 공간이다). 젊은이들은 대도시로 줄줄이 빠져나가고, 그나마 남은 사람들은 생활보호비를 받을 궁리만 하고 있다. 이혼율은 늘고, 주부들은 매춘에 나선다. 이 ‘꿈의 도시’에 사는 다섯 명의 주인공은 저마다 처한 삶을 답답하게 여기면서도 어떻게든 희망을 찾고자 노력한다.

시청공무원 아이하라 도모노리는 이혼한 뒤 실의에 빠진 데다 생활보호비 대상자를 줄여야 하는 임무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괴로워한다. 여고생 구보 후미에는 도쿄에 있는 대학을 진학하겠다는 꿈으로 지루한 학교생활을 버텨가고, 가토 유야는 누전 차단기를 턱없이 비싼 값에 파는 세일즈맨으로 실적의 압박을 받고 있다. 외롭게 홀로 지내는 중년 여성 호리베 다에코는 사이비종교를 통해 자신의 처지를 위로받고자 한다. 어떻게든 큰 데로 진출하겠다는 꿈을 가진 시의원 야마모토 준이치는 산업폐기물 처리시설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를 설득하고자 고심 중이다. 작가는 이 다섯 사람 간에 저마다 연결고리를 만들어 놓음으로써 작품의 유기성(有機性)을 확보한다. 아이하라 도모노리가 자주 찾는 생활보호자 여성은 가토 유야의 전처이며, 도모노리의 추궁으로 이 여성이 생활보호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데리고 있던 아이를 가토 유야가 떠맡게 된다는 식이다.

가토 유야는 아기로 인해 삶의 새로운 기쁨을 발견하고, 호리베 다에코는 사이비종교 간 세력다툼에 휘말리면서 직장을 잃고 사이비종교의 실상에 눈을 뜬다. 야마모토 준이치는 시민단체의 반대 운동을 무마하고자 야쿠자를 고용하지만, 이들이 시민단체의 리더를 납치하자 곤경에 처한다.

오쿠다 히데오의 명랑한 전작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메시지가 꽤 무겁다. 작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얘기를 통해 일본 사회의 현재를 고발한다. 대도시와 소도시 간 빈부와 문화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대기업의 횡포를 소시민은 감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이 한자리에서 만나 저마다의 분노를 격렬한 방식으로 폭발하도록 함으로써 강한 비판 의식을 드러낸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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