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팬텀씨]Q: 무대위 불은 어떻게 연출하나?

  • 동아일보

Q: 무대위 불은 어떻게 연출하나

A: 실제로 가스 불 원격조종
붉은 천 날려 불꽃 표현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는 불을 지르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오던데요. 무대 위에서 어떻게 화염을 연출하나요. 배우들이 위험하지는 않나요.(김경아·30·서울 종로구 사직동)

지킬 앤 하이드
지킬 앤 하이드
무대 위의 불 장면은 관객의 시선을 한눈에 끌기에 충분하죠. 시각적으로도 강렬할 뿐 아니라 신경 써야 할 점이 많아 자주 무대에 등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는 유독 불이 자주 등장합니다. 지킬에서 하이드로 변한 주인공의 난폭하고 파괴적인 모습을 실감나게 연출하기 위해서죠.

1막 후반에 살인자로 변한 하이드는 어린이를 성추행하며 이중적 생활을 하는 ‘주교’에게 휘발유(실제로는 물)를 뿌린 뒤 불을 붙입니다. 이때 갑자기 무대 아래에서 불기둥이 솟아오르면서 주교가 화염에 휩싸이는 듯한 시각적 착각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사실 바닥에 누운 주교는 불과 충분한 거리를 두고 있어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이 장면은 바닥에 미리 불이 솟아오를 가스 노즐을 깔아놓고 원격 스위치를 통해 불을 켜는 것입니다. 2막 후반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습니다. 지킬이 자신을 지배하려는 하이드와 내적 갈등을 겪으며 실험대를 태우는 장면입니다. 길이 2m가 넘는 실험대 상판이 순간적으로 화염에 휩싸입니다. 이 장면도 원격 스위치로 가스 불을 켭니다. 실험대가 무대 뒤로 퇴장하면 스태프가 잔불을 끕니다.

관객이 밀집한 공연장에서 이처럼 실제 불을 사용할 때는 당연히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지킬 앤 하이드’는 최근 가스안전공사로부터 안전 검사를 받았고, 무대 소품과 의상에 방염처리를 했다고 하네요.

실제의 화염 대신 ‘가짜 불’을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내린 오페라 ‘연서’의 1막 마지막에는 비단 가게가 불에 휩싸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기서는 바닥에 설치한 원통형 송풍기에 붉은 천을 붙이고 바람을 위로 쏴 흩날리는 불꽃을 표현했습니다. 진짜 화염처럼 정교하지는 않지만, 붉은 조명을 입히고 연기도 나게 해 사실감을 더했습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연극 뮤지컬 무용 클래식 등을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팬텀(phantom@donga.com)에게 e메일을 보내주세요. 친절한 팬텀 씨가 대답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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