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개 출판사 편집장들이 뽑은 ‘기억할 만한 올해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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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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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진 못했어도… 너를 곁에 두고 싶다

《‘울프 홀’ ‘파리의 장소들’ ‘무미예찬’ ‘불가능은 없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올해 출간됐지만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지도, 평단에서 크게 주목받지도 못한 책들이다. 그러나 책 보는 안목이 남다른 출판사 편집장들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운 책’이라고 말한다. 인터넷서점 예스24는 최근 50개 출판사 편집장과 편집자를 대상으로 올해 나온 책 중 ‘기억할 만한 책’ 한 권씩을 선정해 달라는 설문조사를 했다. 공정성을 위해 자신이 속한 출판사의 책은 선정하지 않도록 했다.》

사회학자 정수복 씨의 ‘파리의 장소들’은 염현숙 문학동네 국장이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꼽았다. 10여 년간 파리에서 거주하고 있는 저자는 곳곳을 누비며 느낀 도시의 인문학을 책에 담았다. 염 국장은 “섬세한 심미적 감각을 지닌 저자를 따라 파리 골목골목을 산책하고 나면 파리에 매혹되고 만다”고 추천했다.

“화려함의 시대에 싱거움과 담백함의 삶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 김윤경 김영사 편집장은 인문서 ‘무미예찬’을 선정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중국학을 전공한 프랑스 학자 프랑수아 줄리앙의 이 책은 서구 현대인들이 간과해 온 중국 문화와 사상의 고요한 멋과 가치를 담아냈다.

‘88만 원 세대’로 불리는 20대들의 생생한 고민을 담은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는 두 명의 추천을 받았다. 김경태 북하우스 편집장은 “청춘은 아름답지만 왜 우리의 20대는 처절하고 복받치는지 고민한 세밀화”, 전상희 알마 편집장은 “이 시대의 청춘을 이해하고 우리를, 나를 성찰해 보도록 자극하는 책”이라고 평했다.

김보경 웅진지식하우스 편집주간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과학책 중 하나. 타임머신을 타고픈 인간의 영원한 꿈에 대한 지적인 탐험!”이라며 ‘불가능은 없다’를 읽어 보라고 권했다. 이론물리학계의 세계적 석학인 미치오 가쿠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가 초광속여행, 시간여행, 투명인간 등이 공상과학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가능하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펼친다.

이효선 예담 편집장과 송미진 중앙북스 기획본부장이 꼽은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는 “20년에 걸친 사마천과 ‘사기’ 연구와 더불어 역사의 현장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현장 사진과 동영상(QR코드)을 통해 ‘사기’ 130권을 통찰할 수 있는 책” “개인을 넘어 세계와의 관계를 고민하게 만드는 명작 ‘사기’에 대한 시대적 통찰이 돋보이는 책”이라는 평을 받았다.

양희정 민음사 편집장이 고른 ‘울프 홀’은 영국의 여성 작가 힐러리 맨텔의 역사소설. 영국 튜더 왕조의 절대군주 헨리 8세를 다룬 이 소설은 지난해 영국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받았다. 양 편집장은 “영국 역사소설의 거장이 이끄는 매혹적인 시간 여행”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태국 방콕의 매춘 거리를 배경으로 한 박형서 작가의 소설 ‘새벽의 나나’에 대해 김도언 열림원 편집장은 “또래 작가들의 근년작 중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독보적이고 탁월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박상준 한겨레출판 편집장은 “어떤 캐릭터도 뻔하지 않고, 어떤 사건도 진부하지 않다”며 ‘현실과 환상을 기묘하게 넘나드는 이야기를 매끄럽게 짜내는 놀라운 솜씨’를 높이 평가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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