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4회 국수전…정처 없는 떠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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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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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한 9단 ● 원성진 9단
본선 8강 1국 6보(103∼129) 덤 6집 반 각 3시간

흑의 비극은 3부터 11까지 상변을 살리는 수순을 생략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백은 좌변에 막강한 세력을 만들었고 선수마저 잡았다. 이 대목에서 선수는 천금같은 가치를 갖는다.

백은 귀중한 선수를 백 14에 사용한다. 21의 자리에 둬 좌변을 철통같이 지키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처럼 호방한 수를 구사한 건 자신감의 표현이다. 흑 15, 17로 좌변에서 자리를 잡은 것은 지금 상황에서 최선. 그래도 백의 공격은 피할 수 없다.

백은 특별한 수를 구사할 필요가 없다. 좌변의 두터움이 지닌 무게를 가지고 흑 두 점을 지그시 눌러주기만 하면 된다. 많은 사람에게 깔리면 맨 밑에 있는 사람이 숨이 막히고 운신할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백은 예상대로 18, 20으로 눌러간 뒤 흑 21로 머리를 내밀 때 28까지 흑 두 점을 잡는다. 아마추어 3급도 둘 수 있는 수순이다. 흑 27을 참고 1도 흑 1처럼 두면 백 10까지 하변에 일당백의 백집이 생긴다. 백 128로 흑 두 점은 잡힌 모습. 두 점이 꼬부려 나오려고 해도 회돌이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기 바란다. 흑 29까지 상변에서 헤쳐 나오긴 했지만 정처 없는 방랑자 신세다. 아마 이 흑 돌이 살아가는 동안 하변엔 백집이 불어날 것이며 좌중앙 백 진은 두툼해질 것이다. 형세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정도로 단단하게 굳어가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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