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막장요? 드라마보다 현실이 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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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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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욕망의 불꽃’서 악역 데뷔한 신은경
자극적 소재 논란속 강렬한 눈빛연기 호평

MBC 드라마 ‘욕망의 불꽃’에서 열연 중인 신은경은 “윤나영 역할에 빠져있다 보니 그녀의 악행마저 심정적으로 모두 이해하게 
된다”며 “열심히 사는 나영에게서 열정을 배운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MBC
MBC 드라마 ‘욕망의 불꽃’에서 열연 중인 신은경은 “윤나영 역할에 빠져있다 보니 그녀의 악행마저 심정적으로 모두 이해하게 된다”며 “열심히 사는 나영에게서 열정을 배운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MBC
“대본을 펼쳐볼 때마다 얼마나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장면이 나올까 긴장이 돼서요.”

MBC 주말드라마 ‘욕망의 불꽃’에서 배우 신은경(37)이 연기하는 윤나영은 쉽지 않은 역할이다. 그는 언니 대신 재벌가에 시집가기 위해 언니가 성폭행 당하도록 유도하고,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서 얻은 아들을 자기가 낳은 양 위장하는 독한 여자다.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만난 신은경은 데뷔 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맡은 악역 연기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 변화무쌍한 감정 연기에 심신이 지쳤을 법한데도 얼굴 표정이 환했다.

“하루 평균 3시간 잘 정도로 촬영 스케줄이 빡빡해요. 그런데도 촬영장에만 가면 힘이 나요. 촬영팀 전체가 서로 많이 아껴주기 때문인가 봐요.”

극중 그의 아들과 딸로 나오는 후배 유승호 서우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둘 다 이슬만 먹고 살 것 같고, 만화영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아요. 이렇게 신비로운 분위기를 타고 났다는 게 부러워요.”

마침 촬영을 마친 유승호가 인터뷰 장소에 얼굴을 보였다. ‘버선발로 뛰어간다’는 말을 연상케 할 정도로 반갑게 달려 나간 신은경은 유승호를 따뜻하게 껴안아주기까지 했다.

“저희 촬영장에서는 이렇게 허그를 나누는 게 일상적인 일이에요. 제 아들인데 잘 챙겨줘야죠.”

그의 얼굴이 유난히 밝아 보이는 데는 진짜 가족의 덕이 크다. 신은경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똑같은 얼굴의 두 남자 매니저가 알고 보니 그의 쌍둥이 동생들이었다.

“성인 연기자 중에 이렇게 가족이 자청해서 따라다나는 예가 어디 또 있겠어요. 정말 든든해요.”

드라마 인터넷 게시판에는 신은경의 섬뜩한 눈빛 연기를 극찬하는 팬들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차 한국을 찾은 올리버 스톤 감독도 영화 ‘조폭 마누라’에 출연한 신은경의 눈빛 연기를 칭찬했다.

“2004년 영화 촬영을 하면서 눈을 다치는 바람에 한쪽 눈은 시력이 마이너스 5.25예요. 거의 안 보이는 눈으로 눈빛 연기라…. 정말 뜻밖인데요?”

18일 개봉을 앞둔 영화 ‘두 여자’에서 신은경은 더욱 확대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줄 예정이다. 최근 공개된 이 영화의 스틸 컷 가운데 그가 남편(정준호 분)의 연인(심이영)과 함께 상반신을 거의 드러낸 채 욕조에 누워있는 모습은 특히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의 교감을 보여주기 위해 필수적인 장면이었어요. 제가 맡은 역할이 30대 중반의 산부인과 의사여서 완벽한 몸매를 보여줄 필요는 없었으니 부담도 덜했고요. 하하.”

‘욕망의 불꽃’은 재벌가 2세와 며느리들이 야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면서 점점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불륜, 살인, 성폭행 등 온갖 자극적인 소재가 한데 버무려진 탓에 ‘막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신은경은 “드라마는 현실의 반영”이라는 논리로 반박했다.

“현실이 더 막장 아닌가요. 신문 사회면을 보면 얼마나 경악스러워요? 이런 소재들은 50부작까지 끌고 가기 위해 드라마 초반에 심어놓은 ‘갈등의 씨앗’들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신은경은 “드라마에 몰입해 1초도 다른 생각을 못하게 해 드릴 것”이라며 윤나영처럼 야심만만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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