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슬로윅 “전자책 급속 확산, 美출판계도 수익성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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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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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출판전문지 ‘퍼블리셔스 위클리’ 조지 슬로윅 주니어 대표 방한

미국의 출판전문지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조지 슬로윅 주니어 대표는 28일 미국의 출판시장에서 전자책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을 설명하며 “결국 전자책시장은 유료화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미국의 출판전문지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조지 슬로윅 주니어 대표는 28일 미국의 출판시장에서 전자책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을 설명하며 “결국 전자책시장은 유료화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전자책을 경험한 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절반 가까이가 앞으로 종이책을 사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미국의 전자책시장 확대는 예측을 불허할 정도입니다.”

제5회 ‘파주북시티 국제출판포럼’ 참석차 방한한 미국 출판전문지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조지 슬로윅 주니어 대표는 미국 전자책시장의 전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89∼1993년 이 잡지 발행인을 지냈고 올해 8월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뉴미디어와 출판콘텐츠의 확장’을 주제로 28, 29일 경기 파주출판도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포럼에서 그는 28일 ‘콘텐츠 개발 전략과 출판’에 대해 강연했다. 강연 전 그를 만나 전자책 등 출판시장의 변화상과 미래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 “전자책 통한 수익 창출이 선결과제”

슬로윅 대표는 “현재 단말기로 읽히는 전자책의 52%는 무료”라며 “전자책시장이 풀어야 할 과제는 무료로 전자책을 읽는 독자들을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많은 독자가 저작권 유효기간(75년)이 지난 무료 콘텐츠와 미리보기 챕터를 제공받기 위해 전자책 단말기를 삽니다. 이런 현실을 바꿔야 합니다.”

그는 전자책을 접하는 수단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올해 1월과 4월 소비자 통계를 비교해 보면 집에 있는 컴퓨터(노트북, 데스크톱)로 전자책을 읽는 사람은 47%에서 39%로 줄었습니다.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비춰 큰 변화죠. 전자책 단말기가 꾸준히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게 이유입니다.” 특히 아이패드는 단말기 시장 점유율이 올해 4월 출시 당시 3%에서 10월에는 13%로 높아졌다고 그는 전했다.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전자책에 초점을 맞춰 3개월마다 출판시장을 분석하는 소책자를 내고 있다. 이 책자는 가격이 1000달러(110여만 원)나 하지만 출판사에서 적극적으로 구매하고 있다. 그는 “출판사가 촉각을 곤두세울 만큼 전자책이 미국 출판시장을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단말기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자책 보급이 급격히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 전자책 단말기 구매를 좌우하는 요인은 ‘살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하지만 단말기의 가격 하락이 계속되면 내년에 전자책 보급은 급증할 것입니다.”

○ “작은 출판사, 콘텐츠의 다양한 활용법 고민해야”


그에게 수익 창출에 고민하는 한국의 작은 출판사가 전자책시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의견을 물었다.

“작은 출판사도 기술적인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기존 책을 디지털화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지 않습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에도 적극 나서야 합니다. 큰 출판사는 음악, 비디오, 영화 등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죠. 작은 회사도 콘텐츠를 여러 매체에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몰두해야 합니다.” 그는 대형 출판사가 대응하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그가 대표에 취임한 뒤 아이패드, 아이폰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잡지는 1985년부터 쓴 17만5000권의 책 리뷰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있으며 지금은 1872년 창간 당시부터의 기사를 모두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셀프출판시장의 가능성을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고인이 된 가족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책을 만드는 등 비상업적 목적으로 셀프출판이 이루어지는 사례가 많다”며 “지난해 미국에서 7만6000여 명이 셀프출판을 했다. 개인에게 매력적인 상품인 만큼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포럼에서는 첫날 ‘미디어 융합과 문화의 신세기’를 주제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기조강연을 했고 김진혁 EBS PD가 ‘방송 프로그램과 출판 콘텐츠’, 유지나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가 ‘책과 영화의 만남’을 주제로 발표했다. 29일에는 앨런 로 왓패트 대표의 ‘저자 오픈 마켓의 출현과 출판구조 변화’ 등 주제발표가 이어진다. 김성룡 교보문고 대표,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등이 토론자로 나선다.

파주=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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