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100% 쌀로 만든 빵 어때요?… 호텔리어의 꿈 이룰 첫 아이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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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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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피리얼팰리스 식음본부 기획팀 신혜준 차장

신혜준 임피리얼팰리스 호텔 차장이 100% 쌀로 만든 빵을 들어보이고 있다. 신 차장은 “호텔 식음부문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 객실 등 호텔의 다른 영역도 계속 공부하겠다”며 “호텔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되기 위해 일본어 등 외국어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신혜준 임피리얼팰리스 호텔 차장이 100% 쌀로 만든 빵을 들어보이고 있다. 신 차장은 “호텔 식음부문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 객실 등 호텔의 다른 영역도 계속 공부하겠다”며 “호텔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되기 위해 일본어 등 외국어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임피리얼팰리스 식음본부 기획팀 신혜준 차장(29)은 흔한 말로 ‘부잣집 딸’이다. 그의 아버지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의 설립자인 신철호 회장(60). 신 회장은 최근 재계정보 제공업체인 재벌닷컴의 집계 결과 개인재산이 620억 원인 알짜 부자로 꼽혔다. 신 회장의 첫째 딸이자 신 차장의 언니인 혜성 씨(31)는 2008년 12월 축구선수 차두리와 결혼하면서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신 씨는 중학교 때 캐나다 토론토로 건너가 그곳에서 교육을 받았다. 명문 사립학교에서 공부했고 살기도 쾌적했지만 약간 무료했다. 한국 쇼프로와 드라마를 빌려보는 것이 거의 유일한 낙이었다. 대학을 마치고 2005년 귀국했을 때 호텔에 들어와 사업을 배울 것을 권한 아버지의 뜻에 반해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택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는 가요 기획사와 드라마 ‘슬픈연가’ 제작사에서 마케팅 홍보 등을 담당하며 정신없이 1년을 일했다. “재미있었지만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제대로 된 비즈니스를 배우기는 어려웠어요. 어떻게든 제작비를 아끼고 드라마 방송하기 몇 분 전에 테이프 건내는 정신없는 분위기였으니까요.”

신 회장은 그에게 호텔에 들어올 것을 재차 권했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 배경만 믿고 호텔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제가 경력도 없이 바로 들어가서는 반감을 사겠더라고요. 먼저 경험과 실력을 쌓고 호텔에 들어가자고 생각했어요.”

우선 요리를 배웠다. 홀로 학원을 다니면서 2006년 제과와 제빵 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2008년 3월에는 ‘에끌레어’라는 이름으로 서울 강남구 논현동 경복아파트 사거리에 레스토랑도 열었다. 파스타, 델리, 베이커리를 같이 파는 ‘멀티 레스토랑’이었다.

하지만 첫 사업은 만만찮았다. “사실 저는 호텔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고 남들과 비교할 수 없는 좋은 요건에서 시작한 거죠. 그런데도 너무 힘들었어요. 음식점이다 보니까 구청 식약청 등 관계기관 점검도 많고 손님들 불만도 많고 원산지 표기 등 관리할 게 너무 많았어요.”

사고도 있었다. “하루는 하수구에 물이 넘쳐 흐르는데 제가 공구박스 들고 뜯고 붙이고 난리가 났죠. 위기대처능력이랄까 외식업을 종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죠.”

언니가 시집을 가고 오빠 재범 씨(34)가 계열호텔인 ‘IP 부티크 호텔’을 맡게 된 후 신 씨는 지난해 7월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의 식음본부 기획팀 차장으로 입사했다.

“호텔에 와서는 여전히 많이 조심스러워요. 제가 업무에 관한 얘기를 해도 직원들 가운데는 ‘회장님 딸’이라고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 수 있거든요. 출퇴근도 꼬박꼬박 정시에 하고 특혜받는다는 느낌을 안 주려고 애쓰죠. 그래도 요리를 배우고 레스토랑 경영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돼요. 노하우가 있으니까 제 주장을 조금씩 얘기할 수 있죠. 계속 노력해야죠. 제가 일 잘 못해서 다른 사람들도 저 때문에 잘못되면 안 되니까요.”

신 씨가 호텔에 와서 첫 프로젝트로 내놓은 것이 델리 ‘아마도르’의 100% 쌀로 만든 빵이다.

“우리 호텔이 2006년부터 쌀로 빵을 만들려 시도했는데 밀가루의 입자를 잘 내지 못했어요. 계속된 도전 끝에 마침내 이번에 일반 빵과 느낌은 같으면서도 100% 쌀로 만든 빵을 성공한 거예요. 쌀 100%로 만든 빵을 판매하는 것은 호텔업계에서는 우리가 처음이에요.”

찬 성질을 띠는 밀과 달리 쌀은 따뜻한 성질이기 때문에 소화가 잘되고 칼로리가 낮다. 쌀의 분자가 밀가루 분자보다 소화가 잘 되기 때문에 그만큼 분해도 빨라 체내에 쌓이는 확률도 낮다. 쌀로 만든 빵을 먹어보니 밀가루 빵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씹다 보면 쌀 향기가 났다.

차두리 선수와는 어떻게 지낼까. 차두리 선수는 한국에 머물 때는 아내인 혜성 씨와 함께 에끌레어를 자주 찾는다고 한다. “차두리 선수네 가족이 우리 호텔 일식당에서 가족모임을 자주 했어요. 예약을 해드리다가 언니와 형부가 자연스럽게 친하게 된 거죠. 요즘도 형부는 한국에 있을 때면 호텔에 자주 들러서 호밀빵과 에스프레소를 먹어요. 축구 선수들이 식단 조절하려고 탄수화물을 많이 안 먹는다는데 형부는 호밀빵은 건강빵이라 좋대요.”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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