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最古” 주장 금속활자 진위논란 왜 끊이지 않나

동아일보 입력 2010-09-10 03:00수정 2010-09-1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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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결정적인 증거 목판본 글꼴 특정 활자와 일치여부 공방
②“개성서 출토됐을 것 같다” 출처 명확하지 않아
③ 금속은 탄소연대 측정 안돼 과학적 분석 무의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13세기 고려 금속활자 12점을 확인했다는 서지학자 남권희 경북대 교수의 주장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워낙 놀라운 주장이다 보니 학계는 그의 주장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문학자인 이상주 중원대 교수가 이를 반박하는 의견을 9일 내놓았다.》

남 교수가 내세운 가장 중요한 근거는 13세기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목판본의 서체와 이들 금속활자의 서체가 일치한다는 점. 이 목판본은 1239년 금속활자본을 목판으로 번각해 찍은 것이다. 금속활자로 찍은 인쇄종이를 나무판에 뒤집어 붙인 뒤 그대로 다시 글자를 새겨 찍어냈다는 의미다. 남 교수는 “明(명) 所(소) 於(어) 善(선) 平(평)자 등 활자 12개의 서체가 증도가 목판본 서체와 일치하므로 이 활자들이 번각 이전 금속활자본에 사용된 13세기 초 금속활자”라고 주장했다. 고인쇄 전문가인 김성수 청주대 교수는 “활자의 서체나 위틀 아래틀의 주조법 등으로 미루어 조선시대 활자로 이어지는 고려시대 활자임이 틀림없다”며 남 교수의 견해를 옹호했다. 그는 “누구도 위틀 아래틀을 생각해 가짜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상주 교수는 “明, 所, 於, 善, 平자 활자는 증도가 목판본의 서체와 모양이나 운필이 전혀 다르다. 번각해서 나올 수 있는 서체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번각목판본에 나오는 明자의 月자 가운데 ‘m’은 끝이 칼끝처럼 날카롭지만 금속활자에선 길쭉하고 끝이 뭉툭하다. 明자의 고자(古字) 가운데 ‘l’의 안쪽 획도 목판본은 부드러운 곡선인 데 반해 금속활자는 직각이라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善의 경우 목판본과 금속활자의 위의 두 점도 그 방향이 서로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인쇄 전문가도 “목판본과 금속활자의 서체는 하나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 금속활자의 출처도 진위 판단의 중요한 요소다. 이들 활자는 서울 종로구 경운동 다보성고미술에서 열리는 ‘우리 문화유산의 지혜와 멋 특별전’에 전시 중이다. 다보성갤러리의 김종춘 대표는 “소장자는 지방의 한 개인이다. 일본으로 유출된 것을 15년 전 구입해 소장해왔다.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모르지만 개성에서 출토된 것 같다”고 전했다. 학계는 정확히 개성 어디서 출토됐고 언제 누가 소장해왔는지 그 내력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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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활자에 대해 과학적 방법을 사용한 분석은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청동활자는 유기물이 아니어서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이 불가능하다. 청동활자의 성분 분석도 진위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다. 비교할 만한 고려시대 활자 실물 데이터가 절대 부족하기 때문. 김성수 청주대 교수가 “과학적 분석은 우리의 영역 밖”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진위 판명을 위해선 과학적 분석보다는 전문가들의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 새로운 문화재가 출현했을 경우 일부에서라도 가짜라는 의견이 나오면 진짜로 공인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14일 다보성고미술에서 남 교수의 특강과 관련 전문가 세미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과 같은 공공기관이 진위 판정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립중앙박물관 이재정 학예연구관은 “공신력이 있는 공공기관 중심으로 공개적인 논의와 토론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동영상=팔만대장경-구텐베르크 성경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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