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서울]‘千의 목소리’ 연기에 책내용 ‘쏙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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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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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 이야기 5편… 성우들 낭독에 동심 ‘까르르’
“따분했던 책이 재미있어요”

서울 가산초등학교 5학년 1반 학생들이 성우들이 낭독한 다문화에 관한 동화 ‘블루시아의 가위바위보’를 들은 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 등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문화재단
서울 가산초등학교 5학년 1반 학생들이 성우들이 낭독한 다문화에 관한 동화 ‘블루시아의 가위바위보’를 들은 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 등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문화재단
《“야! 튀김, 축구 한번 하고 들어가.” “뭐야.”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금천구 독산1동 가산초등학교 도서관. 평소에는 책장 넘기는 것도 조심스러운 도서관에 낭랑하고 익살스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녀 성우 3명이 다문화를 다룬 동화책 ‘블루시아의 가위바위보’(창비) 내용을 낭독한 것이다. 이 학교 5학년 1반 학생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학생들은 성우들의 연기에 ‘키득키득’ 웃음소리를 내다가도 외국인 노동자를 비하하는 ‘튀김’ 같은 표현이 나올 때면 눈살을 찌푸렸다. 책 내용을 열심히 메모하며 토론에 대비하는 학생도 여럿 있었다.》
이 행사는 서울문화재단의 ‘책 읽는 서울’ 중 성우들이 학교에 찾아가 책을 읽어주고 주제를 정해 토론을 벌이는 ’찾아가는 낭독 & 토론회’의 일환으로 기획한 독서 프로그램이다. ‘책 읽는 서울’은 서울문화재단이 2004년부터 진행한 독서문화 캠페인으로, 독서가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고 문화와 결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책 ‘블루시아의 가위바위보’에는 모두 5편의 외국인 노동자 이야기가 실렸다. 그중 이날은 세 번째 이야기 ‘혼자 먹는 밥’과 네 번째 ‘마, 마미, 엄마’에 대한 낭독과 토론이 이루어졌다. ‘혼자 먹는 밥’은 베트남 출신 이민노동자 부모를 둔 티안의 이야기. 반 친구들은 축구를 잘하는 티안을 서로 데려가려고 하다가도 경기가 끝나면 “얼굴도 시커멓게 생겨서 재수 없어. 너희 나라로 가버려”라고 놀린다. 불법체류자인 티안의 부모는 티안의 친구 경준이의 신고로 경찰에 잡혀가고 결국 티안은 혼자 남는다.

‘마, 마미, 엄마’는 베트남 출신 엄마, 한국인 아빠를 둔 수연이네와 파키스탄 출신 아빠, 한국인 엄마를 둔 세이네 가족 이야기다. 수연이네와 세이네는 박 씨 아저씨 등 여러 가구와 함께 한 집에 산다. 어느 날 박 씨 아저씨가 집에 둔 돈이 없어졌다며 세이를 의심하고 이를 해결해 가며 여러 가지 해프닝이 벌어진다.

30분간 이어진 낭독 후에는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다. 한 학생은 “동화를 듣고 외국인 노동자들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뿐인데 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책 속의 박 씨 아저씨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 노동자 가족에 대해 얼마나 부당하게 대하고 있는지 잘 표현했다”고 말했다.

수업을 마치며 학생들은 ‘다문화는 □다’라는 질문지 칸을 채우고 의미를 설명했다. 한 학생은 “다문화는 크레파스다. 한 통 안에 여러 가지 색깔이 사이좋게 함께 지낸다”라고 발표했다. 다른 학생은 “다문화는 TV다. 한 화면에 수많은 채널이 있어 여러 가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표현했다. 다문화를 인정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외국에도 한인타운이 있듯이 우리도 외국인들의 문화를 받아줘야 한다” “성숙한 사회는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다” 등 어른스러운 대답이 나왔다.

지현서 양은 “성우 아저씨가 여러 가지 목소리로 주인공들을 연기해 아주 재미있었다”며 “책으로 읽었을 때는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을 이제는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권주은 양은 “따분하게 혼자 책을 읽는 것보다 친구들과 토론을 하니까 책이 훨씬 재미있다”고 했다. 이정희 담임교사는 “책의 내용을 낭독한 뒤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하면 이해도가 확실히 높아진다”고 전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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