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아 안녕, 나는 필리핀 꽃의 요정 비가리야. 나는 아주 먼 나라의 궁전에서 왔어.” 필리핀 동화 속 주인공 ‘비가리’가 무대에 등장했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의상을 입은 비가리의 모습에 아이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비가리는 몽골 동화 주인공 ‘타부타’, 베트남의 ‘땀’도 소개했다. 아시아의 세 친구가 큰 소리로 외쳤다. “지금부터 우리들의 이야기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14일 오후 2시 서울 광진구 광장동 광진정보도서관 영화음악감상실. 극단 ‘놀자 프로젝트’의 ‘꽃의 요정 비가리와 떠나는 아시아 동화여행’이란 공연이 열렸다. 140여 명의 아이와 학부모가 객석을 메웠다. 이 공연은 서울문화재단의 ‘책 읽는 서울’ 중 문화예술단체들이 책과 공연을 연계해 프로그램을 꾸미는 ‘책, 예술과 만나다’의 일환으로 기획한 독서 프로그램이다. ‘책 읽는 서울’은 서울문화재단이 2004년부터 진행해온 독서문화 캠페인으로 독서가 뻔하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고 문화와 결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40여 분간 진행된 공연은 세 나라의 동화를 교직한 형태였다. 각국 동화에 필리핀의 비가리가 함께하는 이야기로, 아시아 문화의 동질성과 화합을 강조했다.
공연은 주인공 비가리가 마왕의 심술로 사라져버린 아시아 동화 속 친구들을 찾아 떠난다는 내용이다. 베트남 소녀 ‘땀 이야기’는 동화 ‘신데렐라’와 유사하다. 마음씨 좋은 땀은 못된 언니의 심술로 왕자비를 간택하는 축제에 참가하지 못할 위기에 처한다. 그때 비가리의 도움으로 언니가 시킨 일을 마무리하고 아름다운 의상을 선물 받아 왕자 ‘깜’과 행복한 파티를 즐긴다. 땀이 두고 간 신발의 주인을 찾기 위해 깜 역을 맡은 배우가 객석에 뛰어들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살아 숨쉬는 동화책이 눈앞에 펼쳐졌다.
몽골동화 ‘엄마의 사랑’은 연극과 인형극을 혼합한 형태였다. 효자였던 타부타가 한 여인의 유혹에 빠져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의 심장을 그에게 바치지만 다시 비가리의 도움으로 어머니의 심장을 되찾는 내용이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에서 아이들과 기념촬영을 함께한 배우들은 “어린이 여러분 아시아 동화 책 열심히 읽으세요”라고 말했다.
황예림 양(서울 양진초 5년)은 “필리핀, 몽골, 베트남의 동화가 우리 동화 못지않게 재미있었다”며 “공연으로 보니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재섭 군(서울 광장초 3년)은 “도서관에서 책만 읽다가 공연을 보니 신기하고 재미있다”며 “동화책 읽기가 귀찮고 재미없었는데 공연을 보니 책에 유익한 내용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학부모 신양숙 씨는 “다문화라는 주제가 아이에게 어려울 수도 있는데 노래와 연극이 어우러진 공연으로 접하니 흥미로웠다”며 “비디오 게임에만 빠져 있는 아이에게 책에 대한 흥미를 높이는 색다른 체험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한 광진정보도서관 사서 김수진 씨는 “1년 동안 다문화를 주제로 서울문화재단의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공연을 통해 아이들이 다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손에 잡힐 듯한 동화책을 만들자는 기획 의도가 공연으로 잘 표현됐다”고 말했다. 광진정보도서관은 9월 4일 독서감상문대회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북페스티벌을 열어 ‘책 읽는 서울’ 캠페인을 계속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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