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4회 국수전…허무한 종국

  • 동아일보

○ 김지석 7단 ● 박정상 9단
예선 결승 4국 총보(1∼138) 덤 6집 반 각 3시간

박정상 9단은 백 138로 단수를 당하자 돌을 던지며 헛웃음을 지었다. 더 둔다면 참고도 흑 2가 최선인데 흑 8을 생략할 수 없다는 것이 흑의 아킬레스건. 백 9로 아무 수도 나지 않는다.(◎…7) 박 9단은 더 버틸 수 없다고 보고 싹싹하게 돌을 거둔 것.

박 9단으로선 허무한 종국이었다. 상변 백 116의 실수를 틈타 흑 117, 119로 우하 귀를 잠식하면서 형세가 엇비슷해졌다. 이제 바둑이 둘 만해졌다고 할 시점에서 흑 121의 대실수가 등장한다. 시간 사용표를 보면 박 9단은 흑 121을 둘 때 2분 27초를 생각했다. 프로기사 기준으로 보면 짧지 않은 시간이다. 백 120이 놓였으니 좌하에서 손을 뺄 수 없다는 것을 여유 있게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무엇에 홀린 듯 흑 121을 뒀다.

박 9단은 백 122, 124를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 판의 운명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꼼꼼한 수읽기로 유명한 박 9단이 이같이 쉬운 수를 놓친다는 것은 평생 몇 번 없을 일이다.

김지석 6단은 두 번의 과감한 침투(백 64, 92)를 성공시켜 바둑을 유리하게 이끌었다. 막판 실수가 있었지만 상대가 더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 덕분에 본선 티켓을 손에 넣었다. 그에게도 얼떨떨한 종국이었다.

소비시간 백 2시간 16분, 흑 2시간 59분. 138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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