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뮤지컬 무대 ‘여름 대목’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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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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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미 케이트’ 객석 절반 비는 등
대형 작품들 줄줄이 흥행 시들
‘바람과 함께…’ 내년 제작 포기

8월 13일부터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에 들어가는 ‘빌리 엘리어트’. 제작비 135억 원이 투입돼 올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지만 규모에 비해 저조한 티켓 예매율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 제공 매지스텔라
8월 13일부터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에 들어가는 ‘빌리 엘리어트’. 제작비 135억 원이 투입돼 올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지만 규모에 비해 저조한 티켓 예매율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 제공 매지스텔라
《국내 뮤지컬계에서 7, 8월 여름 시즌은 연말과 함께 시장이 달아오르는 호황기로 꼽혀 왔다. 그러나 올해는 여건이 나은 대형 뮤지컬조차 고전을 면치 못하는 등 뮤지컬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내년 초 무대에 오르려던 한 대형 뮤지컬은 제작이 무산될 것으로 알려져 제작자들의 불안은 한층 커지고 있다.》

○ 하반기 기대작 주춤, 내년 기대작은 좌초

올 하반기 가장 기대를 모은 뮤지컬은 8월 13일부터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되는 ‘빌리 엘리어트’다. 1980년대 영국 북부 탄광촌을 배경으로 광원 아버지를 둔 11세 소년 빌리가 발레리노가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2005년 영국에서 초연됐고, 2008년 미국 브로드웨이로 건너가 지난해 토니상 10개 부문을 석권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개막을 2주가량 앞둔 이 작품에 대한 국내 반응은 기대에 못 미친다. 28일 인터넷 예매사이트 인터파크의 주간랭킹에서 전체 공연 가운데 26위에 그치고 있다. 제작기간 3년에 제작비 135억 원(무대제작비 25억 원)이란 규모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뮤지컬계에서는 ‘빌리 엘리어트’가 침체된 뮤지컬 시장의 활로를 뚫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낮은 셈이다. 메인투자사인 인터파크INT의 홍승희 공연사업본부팀장은 “티켓 판매율이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작품성이 높기 때문에 개막 후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내년 1월 18일∼2월 2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국내 초연될 예정이었던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최근 제작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연에 참여한 한 공연관계자는 “뮤지컬 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어 ‘흥행성이 없다’는 최종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08년 영국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현지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데다 4시간 가까이 되는 긴 공연 시간도 국내 현실에 맞지 않아 흥행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마케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주연에 톱스타를 캐스팅하려 했으나 실패하는 등 캐스팅에도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 예매 상위 작품들도 눈에 띄는 ‘빈자리’

예매 순위 상위를 기록한 작품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예매순위가 높은 경우도 매출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객석점유율은 지난해보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는 평일 전체 객석(1494석)의 절반가량인 600∼800석만을 채운 채 공연되고 있다. 20억 원의 제작비에 뮤지컬 스타인 최정원 남경주 씨가 출연하지만 고전하는 셈이다. 제작사인 신시컴퍼니의 최승희 홍보팀장은 “지난해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공연했던 뮤지컬 ‘맘마미아’보다 30% 정도 관객이 적다”고 말했다.

5월 14일부터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미스 사이공’은 70%를 약간 웃도는 객석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2006년 국내 초연 당시에는 대부분 만원 관객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23일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제작사 설앤컴퍼니는 9월 11일 폐막 때까지 객석점유율 75%를 목표로 세웠지만 올해 들어 관객이 급감해 목표 달성이 힘든 상황이다. 설앤컴퍼니의 신정아 홍보팀장은 “현재 총관객 30만 명에 근접했지만 대규모 제작비(250억 원)를 들인 만큼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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