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환한 무덤 속으로 들어가기 위하여/얼마나 파닥거리며 왔던가/무덤의 중심으로부터 밀려나지 않기 위하여/발버둥을 쳤던가/비명으로 꽉 찬 유리 속에 간신히/둥지를 튼다.”(‘빛의 감옥’ 중)
램프 속으로 뛰어든 날벌레처럼 도시로 모여든 이주민들에게 도시는 ‘환한 무덤’입니다. 그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인간의 삶은 비극적입니다. 더욱 뿌리 없는 존재로서 불모의 도시에 둥지를 튼다는 것은 처절한 발버둥입니다.
손택수 시인(40)이 1998년 등단 후 세 번째 시집 ‘나무의 수사학’을 펴냈습니다. 시인은 이 시집에서 도시의 암울함을 그리기보다는 도시의 불모성이 오히려 강한 생명력을 키우고 있음을 나무를 통해 보여 줍니다. 나무는 가지가 잘린 채 수액을 흘리는 고통도, 자동차의 소음도, 가로등 불빛도 오로지 감내할 뿐입니다.
“도로변 시끄러운 가로등 곁에서 하고한 날/신경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며 피어나는 꽃/참을 수 없다 나무는, 알고 보면/치욕으로 푸르다.”(‘나무의 수사학1’ 중)
나무든 사람이든 도시에서 살아남는 것은 어쩌면 치욕을 견뎌내는 것일지 모릅니다. 그래야만 푸르른 생명의 싹을 틔울 수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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