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 스테이지] 얼룩같은 어제를 지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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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2일 07시 00분


■ 뮤지컬 ‘빨래’

무대는 온통 추레한 간판으로 가득하다. 십일조 교회, 구멍가게, 카바레, 청담보살. 옥탑방이 있는 가옥 두 채. 저 멀리 뒤로 너풀거리는 빨래를 내 건 미니어처 집들.

뮤지컬 ‘빨래’(사진)는 2005년 초연 이래 줄기차게 사랑받아온 대표적인 장기 베스트셀러 작이다.

하늘과 맞닿은 서울의 한 산동네. 고향 강원도를 떠나 서점에서 일하는 스물일곱 살 ‘서나영(최보영 분)’이 이사를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빨래를 널러 옥상에 올라갔다가 공장에 다니는 이웃집 몽골청년 ‘솔롱고(배승길 분)’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진다. 어느 날 나영은 악덕사장에게 대들었다가 부당 해고를 당하게 되고, 솔롱고는 넉달치 월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공장에서 쫓겨나게 된다.

척 보면 알겠지만, ‘빨래’는 구질구질한 이야기이다. 서울살이가 고달픈 소시민들의 이야기가 끝말잇기를 하듯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풀려나간다. 구질구질한 얘기지만 조금도 구질구질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요소요소의 웃음코드와 캐릭터의 당당함 덕이다.

“산 것들은 다 지 냄새 풍기고 사는 거여(욕쟁이 할머니)”, “얼룩같은 어제를 지우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나영)” 등 등장인물들은 제각기 희망을 빨아서 널며 살아간다. 서울 동숭동 학전그린소극장에서 오픈런 공연 중이다. (문의 02-928-3362)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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