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3회 국수전…허공을 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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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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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표 4단 ● 이창호 9단
결승 5번기 4국 4보(50∼66) 덤 6집 반 각 3시간

홍기표 4단은 서서히 이창호 9단의 힘을 느끼고 있었다. 홍 4단이 3국을 완패하면서 어렴풋이 알아챘던 이 9단의 힘을 확실히 깨달았다. 부드럽지만 꾹 내리누르는 듯하다. 좀처럼 헤어나올 수 없다.

지금 상황에서 흑의 약점을 찾아보자. 하변과 좌변이 완생하지 못했다. 좌변은 3선에 이미 뿌리를 내리고 있어 자체 도생이 가능하다. 하변도 중앙으로 탈출로가 훤하게 뚫려 있어 잡는다는 건 언감생심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실리로 추격해야 한다는 결론. 여기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상대의 실리를 깎을 것이냐, 아니면 내 실리를 더 챙길 것이냐.

홍 4단은 상대의 상변 실리 삭감에 나섰다. 백 54까지 상변의 확장을 저지했다. 이 9단의 기풍을 고려할 때 안정보다는 파괴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하지만 국후 참고도가 언급됐다. 백 1로 끼우고 3으로 젖히는 것이 발상의 전환이다. 백 5까지 백이 하변 실리를 챙기면서 하변 백돌의 안정도 확보한다. 집으로 불리할 때는 보통 파괴가 맞는데 지금은 안정이 시급했다.

흑 65까지 참고도의 수단은 없어졌다. 홍 4단은 갑갑할 따름이다. 특별히 잘못 둔 것이 없는데 형세는 계속 미끄럼을 타고 있다. 다급한 마음에 하변 흑을 향해 주먹을 날린다. 백 66이다.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 “헛방 같은데….”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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