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사진으로 바뀐 세상, 사진으로 바꾼 세상

  • 동아일보

◇찰칵, 사진의 심리학/마르틴 슈스터 지음·이모영 옮김/240쪽·1만3000원·갤리온

잘 들여다보지도 않는 결혼사진을 우리는 왜 공들여 찍을까. 기록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의례의 일부가 됐기 때문이다. 왜 오토쇼나 카레이싱 주변엔 늘 늘씬한 여성을 배치할까. 자동차 내부의 친밀한 공간이 불러일으키는 성적 판타지, 둥그런 자동차 바퀴와 광택이 나는 매끄러운 표면이 여성의 육체미와 상승 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렇게 사진이 우리를 어떻게, 왜 변화시켰는지를 설명한다. 우리의 지각은 시각적 자극과 머릿속에 저장된 개념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되므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불완전한 기억을 형성한다. 사진은 우리 기억이 이렇게 포착하는 전경(前景) 외에도 흐릿하게 기억되는 후경(後景)까지 또렷하게 포착함으로써 우리의 불완전한 기억을 보완한다.

사진은 또 우리의 시각으로 한꺼번에 포착할 수 없는 고층빌딩이나 대형건축물을 하나의 시각정보로 압축함으로써 인류의 의식 변화를 낳았다. 우주에 동그랗게 떠 있는 푸른 행성으로서 지구를 찍은 최초의 사진 한 장이 세계적으로 환경운동을 촉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전투기 조종석에서 본 이라크전 폭격 장면이 전쟁의 비참한 실상을 감춘 사례에서 보듯 사진을 통한 이미지 조작도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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