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세계 오지에서 활동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활약상을 현지에서 취재한 ‘받는 나라서 주는 나라’를 지난달 신년기획으로 8회에 걸쳐 연재했다. 이 시리즈와 관련해 박대원 KOICA 이사장은 12일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들은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고 자신들을 돕는 모습에 경제발전이 먼 꿈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한국 모델을 배우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가 찾은 나라의 공관장 중 김영훈 주탄자니아 대사, 김호영 주인도네시아 대사, 맹달영 주엘살바도르 대사, 송봉헌 주튀니지 대사, 이경수 주캄보디아 대사, 장근호 주 에콰도르 대사(가나다 순)가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본보 정치부 김영식 차장의 사회로 간담회를 가졌다.》 ―‘받는 나라서 주는 나라’ 보도 이후 현지의 반응은 어땠나.
▽장근호 주에콰도르 대사=지구 반대편에서 찾아와 해발 3800m 고지로 KOICA의 프로젝트를 취재하러 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KOICA의 무상원조 사업이 한국 정부뿐 아니라 한국의 보통 사람들도 중요하게 여기는 일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한국이 단지 경제적으로 성공한 나라가 아니라 자신들과 개발 경험을 공유하며 ‘같이 가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이경수 주캄보디아 대사=‘한국의 신문이 직접 찾아와 KOICA 협력 프로젝트를 자세히 취재할 정도면 한국 국민들이 무상원조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고 있겠느냐’라며 감탄한다. 한국은 명실상부한 ‘돕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무상원조의 효과를 의심하는 한국 국민들에도 좋은 정보가 됐다.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중남미 지역 공관장들이 동아일보 초청으로 모여 한국의 무상원조 활동을 주제로 간담회를 갖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훈(주탄자니아) 맹달영(주엘살바도르) 김호영(주인도네시아) 장근호(주에콰도르) 송봉헌 대사(주튀니지). 앞줄 뒷모습은 이경수 주캄보디아 대사. 변영욱 기자 ▽맹달영 주엘살바도르 대사=동아일보 보도를 접한 현지 교민들이 자긍심을 많이 느끼면서 무상원조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무상원조 액수로는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을 당장 따라잡기 어렵다. 그러나 한국만의 차별화된 무상원조 방식이 호응을 얻고 있다고 들었다.
▽김영훈 주탄자니아 대사=탄자니아 원조국 중 봉사단원은 한국이 가장 많다. 이들은 가장 밑바닥에서 주민들을 돕고 있다. 봉사요원 상당수가 현지 전문학교에서 교사로 활동하고 교육 효과도 매우 높다. KOICA 지원으로 한국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탄자니아 공무원들이 정부 고위직에 올랐다. 교육과 인적교류는 한국만의 자산이다.
▽김호영 주인도네시아 대사=KOICA가 인도네시아에서 환경훼손 방지 프로젝트와 정부 행정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것에 대해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행정역량 개발을 위해 한국에 연수 보낸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의 경제발전상을 새기고 있다. 선진국은 무상원조 액수는 많지만 주민과 접촉하지 않아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이경수 대사=현장 중심의 협력사업에 집중한 덕분에 한국은 ‘따뜻한 이웃’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유럽 국가는 와서 컨설팅 지원은 잘해주지만 끝나고 나면 ‘페이퍼만 남는다’고들 한다. 한국이 DAC에 가입해 위상이 높아졌다. 하지만 그것에 취해 겸손함을 잊어선 안 된다. 선물은 무엇을 주느냐보다 어떻게 주느냐가 중요하다. 과거처럼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개발협력 콘셉트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선진국의 무상원조에서 배울 점은 무엇인가.
▽송봉헌 주튀니지 대사=튀니지는 자원은 없으나 교육받은 인적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이 한국과 비슷해 한국을 배우려는 열정이 강하다. 그러나 한국의 여러 정부기관이 정보기술(IT)을 중복해 지원할 때가 있다. 대사관에서 어느 기관에서 어떤 무상원조 사업을 진행했는지 나중에 아는 경우도 있다. 원조 창구를 하나로 통합해 효율적인 원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근호 대사=에콰도르는 여러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무상원조 사업을 많이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무상원조 분야와 지방정부들의 원조 관심 분야를 정례 협의하는 체계를 설립하기로 했다. 한국 연수의 주제도 에콰도르 정부의 요청에 호응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수원국의 요구에 맞는 개발협력을 추진해야 한국의 한정된 원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맹달영 대사=엘살바도르의 원조 공여국 1위인 스페인은 엘살바도르 정부와 프로젝트 발굴을 위한 공동조사를 하고 있다. 우리도 그런 점을 배워야 한다.
―KOICA 봉사단원들의 활약도 대단하다.
▽김영훈 대사=말라리아에 걸려가면서도 봉사에 열정을 다한다. 내가 외교관이이라는 껍데기를 쓰고 있지만 실제 외교관은 봉사단원들이다.
▽김호영 대사=여성 봉사단원이 열악한 오지에 혼자 들어가 봉사활동을 하는 걸 보면 존경심마저 든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지진 피해 때도 봉사단원들이 대사관 직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들이야말로 한국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훌륭한 민간외교관이다.
▽장근호 대사=무의탁 노인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벌이던 한 여성 봉사단원이 설립한 복지센터에 지방정부가 건축을 지원하고 이 소식을 들은 에콰도르 정부 부통령실이 장애인복지센터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자금을 또 지원했다. 한 한국인의 노력이 정부 차원의 큰 사업이 됐다. 봉사단원은 개발협력 최전선의 보병이다. 한국만 제공할 개발협력 모델의 선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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