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사람인가 종이인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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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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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비밀경찰’

연극 ‘비밀경찰’. 여배우 두 명이 마분지 평면무대에서 오려진 종이인형처럼 의도된 평면연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 극단 동
연극 ‘비밀경찰’. 여배우 두 명이 마분지 평면무대에서 오려진 종이인형처럼 의도된 평면연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 극단 동
‘영화가 2차원의 평면 스크린에서 3차원 공간으로 튀어나온다면, 3차원 무대를 채우는 연극은 반대로 2차원 평면효과를 보여주자.’ 극단 동의 ‘비밀경찰’(강량원 각색·연출)은 이 같은 발상의 전환을 무대 언어로 옮겨 실험적 무대를 펼쳐낸 연극이다.

지방마을에 비밀경찰이 암행을 나올 것이란 소문이 퍼지고, 우연히 그 마을을 지나던 사람을 비밀경찰로 오해한 마을관리들은 그 앞에서 온갖 아양과 추태를 벌인다. 러시아 극작가 고골의 ‘검찰관’을 한국적 상황으로 번안한 이 작품은 내용보다 연기 형식의 창의성이 더 돋보인다.

첫 장면부터 심상치 않다. 선풍기만 앞에 두고 깃발처럼 나부끼는 담요를 붙들고 바람 속을 헤쳐 가는 모습이나 그 바람 속에 방패연을 날리느라 애쓰는 모습을 신체의 움직임으로만 표현해낸다. 비밀경찰에 대한 소문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장면에서 배우들은 줄에 묶인 꼭두각시처럼 몸과 팔을 위아래로 움직이고 자꾸 옆으로 돌아가는 몸을 다시 돌려놓기를 반복하는 연기로 객석의 웃음을 끌어낸다. 대형 마분지 위에 그린 평면도 위에서 때로는 그림자놀이 속 인물을, 때로는 그림판에 붙어 있는 종이인형을 의도적으로 흉내 낸 평면 연기도 감탄을 자아낸다.

창작국악집단 불세출이 작곡과 현장 연주를 맡은 우리 가락에 맞춰 다양한 한국적 전통연희 양식을 유머 넘치는 신체언어로 표현한다. 특히 미술가 홍시아의 평면적 무대미술을 바탕으로 3차원 배우가 펼치는 2차원 연기가 일품이다. 3만 원.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02-766-6925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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