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가요계, ‘눈’ 즐거웠지만 ‘귀’는 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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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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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력보다 율동… 오빠-미소녀 홍수
전속계약 잡음 속 싱어송라이터 썰렁

가창력에서 섹시함으로 콘셉트를 바꾼 브라운아이드걸스, 독자 활동을 선언한 동방신기의 시아준수 영웅재중 믹키유천, 싱어송라이터로 변신해 호평을 받았지만 대중의 관심은 끌지 못한 박지윤, 표절 논란에도 아랑곳없이 승승장구한 지드래곤, 연습생 시절 쓴 한국 비하글로 인해 미국으로 떠난 그룹 2PM의 전 멤버 박재범(위부터). 동아일보 자료 사진
가창력에서 섹시함으로 콘셉트를 바꾼 브라운아이드걸스, 독자 활동을 선언한 동방신기의 시아준수 영웅재중 믹키유천, 싱어송라이터로 변신해 호평을 받았지만 대중의 관심은 끌지 못한 박지윤, 표절 논란에도 아랑곳없이 승승장구한 지드래곤, 연습생 시절 쓴 한국 비하글로 인해 미국으로 떠난 그룹 2PM의 전 멤버 박재범(위부터). 동아일보 자료 사진
《관중(觀衆)은 즐거웠고 청중(聽衆)은 허전했다. TV와 담쌓지 않고는 소녀시대 빅뱅 2PM을 모르고 지낼 수 없었던 2009년. CF나 연예오락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뉴스에도 대중음악 아이돌의 일거수일투족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하지만 이들의 얼굴을 아는 사람 중에는 이들의 ‘음악’을 모르는 사람도 적잖다. 2009년 가요계 스타에게 음악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때로는 노래가 인기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됐다.》
① ‘오빠 노래’라면 표절 논란쯤이야…?

9월의 지드래곤 표절 논란은 결론과 상관없이 ‘노래’의 낮은 위상을 확인시켰다. 지드래곤은 논란에 아랑곳하지 않고 TV 가요순위 프로그램에서 승승장구했다. 표절 대상으로 지목된 외국 곡 저작권자로부터 경고문을 받은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회사 홈페이지에 ‘원작자 의견이 없는 형식적 서류’라는 글을 올렸다. 14년 전 비슷한 상황에서 리더의 자살 소동까지 겪었던 그룹 룰라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지드래곤은 12월 ‘12세 관람가’ 콘서트에서 ‘성행위 퍼포먼스’를 벌여 청소년보호법 등의 위반 여부에 대한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음악평론가 송기철 씨는 “결론 없는 표절 논란이 노이즈 마케팅 효과만 낳았다”고 지적했다.

② 귀보다 눈으로…걸 그룹 홍수

원더걸스가 10월 빌보드 싱글 차트에 진입하며 미국 시장에 주력하는 사이 소녀시대를 비롯한 섹시 콘셉트의 미소녀 그룹이 국내를 휩쓸었다. 데뷔 초 청순한 이미지를 강조했던 소녀시대는 쭉쭉 뻗어 비트는 맨다리 율동으로 승부를 걸었다. 카라나 애프터스쿨 같은 후발주자도 배꼽티, 엉덩이댄스로 무장했다. 가창력을 앞세우던 브라운아이드걸스는 코르셋을 닮은 노출 강한 의상을 입고 섹시 아이돌로 변신했다. 이들은 모두 따라 부르기 쉬운 짤막한 소절을 반복하는 ‘후크 송’을 불렀다. 음악성보다는 중독성이 핵심이었다.

③ 동방신기 분열…일본 공든 탑 흔들

동방신기 멤버 5명 가운데 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 등 3명이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들은 “13년 전속계약은 종신계약과 다름없고 음반수익 배분 등 대우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10월 “본안소송 판결까지 세 멤버의 독자 활동을 보장하라”고 판결했다. 매니지먼트 업계의 계약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계약서를 제시했다. 이런 와중에 일본에서 모처럼 ‘노래’로 승부하면서 쌓아올린 동방신기의 인기도 흔들리고 있다.

④ 음악보다 근육…‘짐승돌’ 2PM

야성적 섹시 콘셉트로 인기를 모은 그룹 2PM의 리더 박재범이 훈련생 시절 쓴 블로그 글로 구설에 올랐다가 9월 탈퇴해 미국으로 떠났다. ‘한국이 싫다’는 내용의 글에 대한 대중의 왈가왈부에서도 이들의 ‘노래’는 역시 관심 밖이었다. 2PM은 11월 첫 정규앨범을 발표했다. 앨범 제목은 ‘1:59PM’으로 재범의 부재를 강조했다.

⑤ 꺼져 가는 ‘싱어송라이터’ 불씨

가수 이승환은 10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음원을 중심으로 대중음악시장이 재편되면서 싱어송라이터들이 몰락했다”고 말했다. 올해 윤상 등 베테랑 싱어송라이터들이 복귀 음반을 냈지만 전성기만큼의 폭발력은 없었다. 2000년 섹시 아이돌로 인기를 모았던 박지윤은 싱어송라이터로 변신해 호평을 받았지만 대중의 호응은 미미했다. 윤종신은 본업이었던 음악프로듀서 활동을 멈추고 TV 오락 프로그램에 주력하고 있다. 서너 곡만 담은 ‘미니앨범’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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