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백두산 숭배-문수보살 신앙… 여진족이 전승해 ‘만주’ 용어 나와”

  • 동아일보

조법종 교수 논문… 中 ‘장백산 문화론’ 반박 근거될 듯

‘만주(滿洲)’라는 용어가 백두산을 중심으로 한 우리 민족 고유의 산악숭배신앙의 산물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최근 중국 학계가 만주족의 발상지를 장백산(백두산)으로 설정하고 백두산과 관련된 문화를 중국의 문화로 편입시키려는 ‘장백산 문화론’을 반박할 수 있는 주요 논거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조법종 우석대 교수(고대사·사진)는 이 같은 내용의 논문 ‘한국 고중세 백두산신앙과 만주명칭의 기원’을 다음 주 발간되는 ‘한국사연구’에 발표한다.

조 교수 연구의 핵심은 고구려와 고려의 백두산 산악숭배와 불교의 문수(범어로는 ‘만주슈리’)보살 신앙의 결합으로 이뤄진 문화전통이 여진족에게도 전승돼 청 건국 이후 청 태종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용어로 ‘만주’를 선택하게 됐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고려와 통일신라, 고구려로 거슬러 올라가며 문헌 속에 숨어 있던 문수보살과 시기별 산악숭배 신앙을 추적했다.

화엄경에는 ‘문수보살이 동쪽의 다섯 봉우리가 있는 산(오대산)에 살았다’는 이른바 오대산 신앙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문수보살과 관련된 이 오대산 신앙이 고구려와 통일신라, 고려 등에서 산악숭배 정신과 결합하면서 자국의 동쪽에 있던 백두산(고구려와 고려), 태백산(신라)을 오대산으로 여기며 숭배해 온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했다.

조 교수는 “고려시대 묘청이 난을 일으키기 전인 1131년 평양에 대화궁을 짓고 그 안에 팔성당이라는 신전을 지으면서 8명의 신을 모셨는데, 그 첫 번째 신 이름이 ‘호국 백두악 태백선인 문수사리보살’로 백두산과 문수보살 숭배 신앙의 결합을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이런 전통이 여진에게도 그대로 전승됐기 때문에 1635년 청 태종이 자기 종족의 이름을 여진에서 만주로 바꿀 수 있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한족과 차별화하고 왕실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자신들이 숭배해 왔던 문수(만주)를 종족의 이름으로 선택한 것”이라며 “중국의 어떤 종족이나 국가도 백두산과 문수보살을 결합한 신앙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만주족 대신 ‘만족(滿族)’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장백산문화론을 부각시키고 있다. 중국이 만주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 것은 청 제국과 연관된 역사적 배경과 일본 괴뢰정권인 만주국에 대한 나쁜 기억 때문이다. 조 교수는 “만주라는 용어의 연원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결국 백두산에서 기원한 여진족의 모태가 고려, 통일신라, 발해, 고구려로 소급된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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