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죽은 者의 노래’ 산 者의 혼 담아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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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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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연광철 21일 ‘겨울나그네’ 전곡 공연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죽은 사람이 부르는 노래’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21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피아노 반주로 ‘겨울 나그네’ 전곡을 부르는 베이스 연광철 씨(사진)의 말. ‘겨울 나그네’는 원제인 ‘겨울방랑(Winterreise)’에 나타나듯 사랑에 실패하고 절망한 젊은이가 도시를 떠나 정처 없이 떠돌며 토로한 상념을 24곡에 담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왜 죽었다고 할까.

최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연 씨는 “가사를 읽다 보면 전통적인 해석 외에 두 가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젊은이가 도시를 떠나지 않고 머무르면서 떠난 사랑을 회상한다고 보는 것. 또 하나는 젊은이가 죽은 뒤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옛 사랑 이야기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연 씨는 21번째 곡 ‘숙소(Das Wirthaus)’ 같은 경우 ‘죽은 사람의 노래’에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시인 빌헬름 뮐러는 이 곡의 가사에서 “길이 나를 무덤으로 이끌어 갔다”며 “초록빛 조화(弔花)는 지친 나그네를 찬 여관으로 인도하는 간판”이라고 읊조린다. 연 씨는 “베이스의 깊고 어두운 음색에는 ‘죽은 사람의 노래’라는 해석이 어울려, 이를 염두에 두고 이번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3년 플라시도 도밍고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연 씨는 이듬해부터 독일 베를린 국립오페라단 전속으로 활동하며 바이로이트 바그너 축제에도 출연해 호평을 받았다. 내년 3월엔 서울대 성악과 교수로 임용될 예정. 그는 1983년 공고를 다니다 뒤늦게 음대 진학을 결심해 1년여 준비 끝에 청주사대에 진학했다. 3만∼10만 원. 1588-7890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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