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친척 언니가 퍼뜨린 따뜻한 나눔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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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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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 언니가 왔어요/이규희 글·오은선 그림/116쪽·8800원·아리샘주니어

수정이네 집에 도깨비 마을로 불리는 작은 시골 동네에서 친척 언니가 온다고 한다. 미용 기술을 배우러 상경하는 복순 언니의 소식에 수정이는 뛸 듯이 기뻤다. 제발 언니 하나만 낳아 달라고 엄마에게 조르고 있었는데….

헉! 그런데 이게 웬일, 복순 언니는 나이도 너무 많고 생긴 것도 세련되지 못했다. 맘대로 수정이 방을 뒤집어 놓기도 하고 마음에 안 드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정이는 언니가 생겼다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기는커녕 꼭꼭 숨기고 싶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수정이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같은 아파트에 살아도 이웃에 누가 사는지 모르고 지냈는데 웬일인지 거실에 앞집 아저씨, 옆집 아줌마가 가득했다. 복순 언니가 비빔밥 파티를 연 것이다. 수정이는 처음에는 짜증났지만 고소한 참기름 냄새에 이끌려 그만 커다란 양푼에 숟가락을 담그고 말았다.

복순 언니가 온 뒤 아침 식탁도 바뀌었다. 깔깔한 토스트와 계란 프라이가 따끈한 밥과 맛난 반찬으로 변했다. 베란다에는 사과상자로 만든 텃밭이 생겨 채소를 심었다. 복순 언니는 둘이서 편을 먹고 수정이를 따돌리던 유라네 자매를 닭싸움으로 물리쳤다. 복순 언니는 미용 기술을 배워서 동네 할머니들 머리를 직접 손질해 줬다. 언니가 해주는 도깨비 마을 이야기와 부엌에 사는 조왕할멈 이야기는 어찌나 재밌는지 몇 번 들어도 싫증이 안 났다.

동네방네 즐거움을 선사하는 복순 언니를 보며 수정이도 조금씩 마음이 따뜻해졌다. 미용학원 원장님께 꾸중을 듣고 울고 있는 언니를 위해 친구들과 함께 미용 모델이 돼주었다. 엄마 화장품으로 언니를 예쁘게 화장해줬다.

예쁜 마음 덕분인지 수정이에게 최고의 선물이 생겼다. 엄마가 차에서 내리며 헛구역질을 했다. 동생이 생긴 것이었다. 언니가 떠나고 언니가 쓰던 이불을 덮고 부엌방에 누워 있던 수정이는 스르르 잠이 들었다. 마치 언니가 곁에 있는 것처럼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문득 ‘우리를 몽땅 홀려놓는 걸 보니 복순 언니는 도깨비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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