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작 시비 일단락됐지만 미술계 신뢰 잃어”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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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근 빨래터’ 판결 반응

이번 판결을 놓고 서울옥션이 항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한국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위작 시비는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이번 소송은 작품의 진위에 대한 판단을 위한 것이지 금전적 배상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앞으로는 진위에 대한 주장이 좀 더 객관적, 전문적으로 이뤄져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술계의 표정은 안도와 아쉬움이 엇갈리고 있다. 미술시장에 대한 불신을 키운 위작 의혹이 마무리된 것은 다행이나, 소모적 논쟁으로 미술계가 신뢰를 잃고 전문가 집단의 권위도 상처를 입었다는 시각이다.

한 미술평론가는 “쉽게 얘기하면 법원에서 양쪽 손을 다 들어준 것 아니냐”며 “그림의 진위를 가리는 것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일임에도 미술계가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법정까지 끌고 간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최은주 작품보존관리실장은 “미술시장이 커지면 진위 논란도 피하기 힘들다”며 “전문가들이 모든 방법을 동원해 결론을 내리기 전까지 위작 시비는 서두르지 말고 신중히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미술품 감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감정시스템의 발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병식 경희대 교수는 “미술시장이 발전하려면 감정의 공신력부터 회복해야 한다”며 “감정 시스템의 전문화와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감정의 매뉴얼을 만드는 한편 작가의 전작(全作)도록 발간, 감정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 과학감정 시스템 구축, 감정전문가 양성 등 감정 체계를 합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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