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도망다니는 조조, 토종뮤지컬로 거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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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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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창극 ‘적벽’ 29일부터

창극 ‘적벽’의 주인공 조조 역을 맡은 국립창극단 왕기석 명창이 위엄 있는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제공 국립극장
창극 ‘적벽’의 주인공 조조 역을 맡은 국립창극단 왕기석 명창이 위엄 있는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제공 국립극장
판소리 다섯마당 가운데 조선 사대부 계층이 좋아했던 ‘적벽가’가 조조를 주인공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연극연출가 이윤택 씨가 연출한 국립창극단의 ‘적벽’(29일∼11월 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이다. ‘삼국지’ 전투 장면 중 가장 극적인 적벽대전 부분을 발췌했다.

국립창극단은 유영대 예술감독 취임 이후 판소리를 한층 더 보편적인 음악극으로 무대양식화하는 ‘우리시대 창극’을 발표해왔다. 판소리 다섯마당 중에선 심청가를 토대로 한 ‘청’과 춘향가를 토대로 한 ‘춘향’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무대다.

이번 작품의 관람 포인트는 3가지. 첫째는 1인극인 판소리를 벗어나 다양한 배우가 등장하는 음악극으로서 갖는 차별성이다. 이윤택 씨는 “전체 내용의 70%는 판소리를 토대로 하되 나머지 30%에선 비나리, 정가, 범패 등 다양한 음악을 접목했고 코믹한 연기로 희극성을 강화했다”고 소개했다.

둘째는 고답적인 전통창극을 뛰어넘어 한국형 오페라 또는 토종 뮤지컬로서 갖는 대중성이다. 소리를 담당하는 창극배우 외에 경극 출신 배우들로 뮤지컬의 앙상블을 투입해 곡예에 가까운 무용을 펼친다. 다섯 척의 배가 화염에 휩싸이는 무대연출도 펼친다.

셋째는 중국의 춘추필법에 근거한 비장한 영웅담을 해학 넘치는 한국적 반(反)영웅담으로 뒤집어보기다. 웅장한 전투 자체보다 조조가 휘하의 패잔병을 이끌고 도망을 다니면서 겪는 고초에 연출의 초점을 맞췄다. 이윤택 씨는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서의 조조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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