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고동학]<4>근대 일본에 관심 ‘금요일본연구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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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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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본연구포럼 회원들이 지난달 25일 한양대에서 열린 월례 정기모임에서 1910년대 전후 일본 잡지에 나타난 일본 지식인들의 인식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오른쪽 앞부터 양동국 상명대 교수, 이한정 동국대 일본학연구소 연구원, 윤상인 한양대 교수, 차혜영 한양대 교수, 홍윤표 고려대 강사, 박윤정 한양대 대학원생, 사쿠라이 노부히데 한양대 대학원생. 홍진환  기자
금요일본연구포럼 회원들이 지난달 25일 한양대에서 열린 월례 정기모임에서 1910년대 전후 일본 잡지에 나타난 일본 지식인들의 인식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오른쪽 앞부터 양동국 상명대 교수, 이한정 동국대 일본학연구소 연구원, 윤상인 한양대 교수, 차혜영 한양대 교수, 홍윤표 고려대 강사, 박윤정 한양대 대학원생, 사쿠라이 노부히데 한양대 대학원생. 홍진환 기자
‘조선은 미개’ 얕보던 日식자층 강제병합 뒤 우호적 시각으로
한일강제병합이 된 1910년 전후, 일본 지식인들은 조선과 조선인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을까.
‘금요일본연구포럼’은 올해 7월부터 ‘담론을 통한 지배-한일강제병합 전후 일본 지식인의 조선관련 언설’을 주제로 매달 마지막 금요일에 모임을 갖고 있다. 당시 일본 지식인이 생산한 담론은 피식민 지역에 대한 지배를 심리적 문화적으로 추인하는 기제로 작동했기 때문에 그들이 잡지나 학술지 등에 게재한 글을 통해 그 인식을 엿보겠다는 취지다.
○ 100년 전으로 돌아간 연구자들
지난달 25일 오후 5시 서울 성동구 한양대 대학원동 5층 일본언어문화과 세미나실. 14명의 연구자와 대학원생이 1909∼1914년 일본어로 발행된 ‘조선(朝鮮)’, ‘신인(新人)’, ‘조선공론(朝鮮公論)’ 등 잡지에 실린 글을 숙독하고 의미를 찾고 있었다. 이날은 양동국 상명대 교수(비교문학)가 ‘병탄 초기의 일본 기독교지도자와 조선’을 주제로 잡지에서 발췌한 글들을 소개했다.
양 교수는 “당시 조선 진출과 관련된 일본 기독교계의 흐름은 ‘효율적인 조선 통치를 위한 일본인과의 정신적 통일’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일본 기독교계가 조선총독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조선에서 전도활동을 펼치기도 했다고 그는 소개했다.
이날 모임은 7월 이후 세 번째였다. 첫 모임에서는 조선 하류층의 생활상에 관한 글을, 두 번째 모임 때는 ‘이민과 이주’에 관한 글을 읽었다. 1876년 강화도조약 체결 이후 조선에는 일본인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1910년을 전후해서는 약 20만 명이나 되는 일본인이 한국에 체류했다. 조선을 다녀간 일본 지식인의 시찰기나 체류기도 그만큼 잡지에 많이 실렸다.
○ 식민 지배를 추동했던 담론들
‘(조선인은) 요통 치료를 위해 소변을 탁주에 타서 먹는다. 건조한 짚신을 적시는 데 일본인은 물을 사용하지만 조선인은 오줌을 사용한다.’
일제의 조선 인식을 엿볼 수 있는 글 중에는 유독 위생과 관련된 글이 많았다. ‘대소변을 숭배하는 조선인’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이한정 동국대 일본학연구소 연구원(일본문학)은 “당시 일본 지식인은 조선 사람에 대해 미신을 믿으며 불결하고 국가 관념이 없는 국민이라고 묘사했다”고 말했다.
차혜영 한양대 교수(한국언어문화학)는 “식민지인 한국을 야만으로 상정함으로써 일본 문명의 우월성을 강조한 것”이라며 “이런 담론들은 식민지배를 합리화하고 영속화하는 장치로 작동했다”고 말했다. 19세기 이탈리아에서도 가죽옷 세탁에 오줌을 사용하는 등 오줌의 활용은 조선만의 특별한 사정이 아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조선에 대한 이 같은 담론은 한일강제병합을 기점으로 변모한다. 한정선 고려대 교수(일본근대사)는 당시의 시찰기와 여행기를 분석해 “조선의 풍습과 관습을 비하하던 흐름은 1910년 한일강제병합 이후에는 일본과 유사한 조선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조선의 발전 가능성을 강조하는 경향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는 식민지 조선을 긍정함으로써 일본인의 이민을 장려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한 교수는 “조선의 발전 가능성을 발견하는 글이 늘어났지만 한편으로는 지배와 피지배 관계는 더욱 공고해졌다”고 설명했다.
○ “일제강점기 텍스트의 이면에 관심”
일본 문학과 일본근대사, 비교문학을 공부하는 연구자 20여 명이 2006년 9월 만든 금요일본연구포럼은 근대화 이후 일본의 텍스트 분석을 통해 일본이 어떻게 제국화되어 가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2006년 모임을 결성한 뒤 ‘여행과 주체’를 첫 연구 주제로 삼아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조선과 만주를 여행하며 쓴 여행기와 체험기를 분석했다. 두 번째 주제는 ‘1940년대 한국과 일본의 문학·문화적 표상과 민족적 아이덴티티의 재편성에 관한 연구’였다. 이 연구원은 “조선과 만주 여행기에서 일본이 주변국을 타자화함으로써 제국으로서의 자기 위상을 확고히 하는 흐름을 읽을 수 있었고 1945년 이후 문학과 문화적 현상에서는 미국을 전면적으로 내면화하는 양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포럼은 대학원 학생들을 참여시켜 학문 후속세대를 교육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연구포럼 조직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윤상인 한양대 교수(비교문학)는 “연구모임 결과를 한일강제병합 100년이 되는 내년에 단행본으로 출간해 관련 학자를 비롯해 역사에 관심 있는 대중과 공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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