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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27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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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반도 침략 야욕의 시발점인 1875년 운요호사건부터 광복을 맞은 1945년에 이르기까지 근대 역사를 담은 사진집 ‘한일병합사’(눈빛)가 나왔다. 이 책은 재일사학자 고 신기수 선생이 생전인 1980년대 후반 일본에서 출간했다가 절판됐으나 눈빛출판사 측이 한일강제병합 99주년을 맞아 유족들에게 자료를 받아 한국어판을 냈다.
신 선생이 수집한 600여 장의 사진은 그 자체가 우리 민족의 굴욕과 저항의 역사다. 강화도조약이 체결됐다는 소식을 듣고 강화도 남문에 모여든 사람들(1876년), 명성황후가 청국군의 출병을 요청했다는 말을 듣고 인천에 상륙하는 일본군(1894년), 조선을 처음 방문한 일본 태자(훗날 다이쇼 일왕·1907년), 윤봉길 의사의 시신을 찾기 위해 조선 청년들이 쓰레기장을 파헤치는 모습(1945년) 등이 담겼다.
일제의 수탈 결과로 나타난 도시 빈민의 원조격인 토막민들의 생활상이나 서울 거리에서 장작을 파는 소년, 가마를 타고 외출하는 양반, 말과 당나귀로 이동하는 노인 등 당시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사진도 많이 담겼다.
부록으로는 ‘쓰레기장에서 발굴된 윤봉길 의사의 시신’ 발굴기가 담겼다. 1946년 3월 일본 가네자와에서 결성된 조선인연맹의 청년들이 묘표도 없는 윤 의사 묘지를 찾기 위해 3일간 발굴 작업을 벌인 이야기다. 발굴 작업을 지켜보던 일본 스님이 3일째 되던 날 인근 쓰레기장에 묻혔다는 제보를 해와 찾을 수 있었다. 윤 의사의 유골은 육군묘지와 공동묘지 사이의 쓰레기장 밑에 채 1m가 되지 않는 깊이에 묻혀 있었다. 관 뚜껑을 열자 윤 의사의 양복, 구두, 머리카락이 유골과 함께 나왔다고 전하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