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717>子曰, 野哉라 由也여, 君子於其所不知에…

  • 입력 2009년 8월 26일 02시 55분


‘논어’ ‘子路(자로)’편에서 공자는 제자 자로의 질문에 답해, 만일 衛(위)나라 군주가 청하여 國政(국정)을 맡긴다면 우선 正名(정명)을 하겠다고 했다. 자로는 그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세간의 말을 빌려와 “선생님께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을 하십니다”라고 내뱉었다. 자로는 이름이 仲由(중유)다. 그러자 공자는 자로의 경솔함을 꾸짖었다.

‘野哉, 由也’는 ‘由也野哉’를 도치해 ‘由는 경솔하다’라는 말에 탄식의 어조를 더한 것이다. 野는 野卑(야비), 粗野(조야)의 뜻으로, 경솔한 태도를 가리킨다. 於는 ‘∼에 대해서는’이다. 其所不知는 ‘그가 알지 못하는 바’로, 其는 군자 자신을 가리킨다. 蓋闕如也에서 蓋는 ‘대개’라는 뜻, 闕如는 잠자코 있는 태도, 也는 단정의 어조를 나타낸다. 蓋闕이 본래 한 어휘라는 설도 있다.

진정한 앎이란 ‘知之爲知之(지지위지지), 不知爲不知(부지위부지)’에서 출발한다. ‘논어’의 ‘爲政(위정)’편에는 공자가 자로에게 앎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가르친 말이 있다. “由야, 너에게 앎에 대해 가르쳐 주랴.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앎이니라.”

자로는 솔직하고 용감한 사람이었다. 다만 그는 자기가 체득한 지식이 아니라 남에게서 들은 말을 자기의 지식인 양 여기는 버릇이 있었다. 어찌 자로만의 버릇이겠는가. 오로지 군자는 자신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바에 대해 남의 말을 옮겨 수다스럽게 말하지 않는 법이다. 이 점을 반성하지 않고 나는 오늘도 남의 말을 자기 지식인 양 옮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남의 생각은 그저 비난하거나 아예 무시하는 것은 아닐까.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