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팬텀 씨]Q:해외 공연 때 무대세트 어떻게 옮기나요?

  • 입력 2009년 8월 20일 03시 03분


A: 컨테이너 담아 배로 운송… 큰 악기는 비행기로

―해외 공연을 갈 때 무대 세트는 어떻게 옮기나요.(안성숙·29·서울 강남구 삼성동)

뮤지컬 ‘드림걸즈’ 무대 세트와 장치를 실은 12m짜리 컨테이너 6개가 11일 인천항에서 미국 뉴욕항으로 떠났습니다. 11월 미국 뉴욕 공연을 위해서죠. 이틀 전 서울에서 막을 내린 뒤 서둘러 무대를 해체했습니다. 9월 중순 미국에 도착할 6대의 컨테이너에는 가로 2m, 세로 6m의 발광다이오드(LED) 패널 5개를 비롯해 이 패널을 움직이는 기계장치, 소품, 도구, 무대 바닥 등 약 40억 원어치의 장비가 들어 있습니다.

프랑스 오리지널 무대를 빌려 쓰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와 ‘돈 주앙’은 무대를 컨테이너 5개에 담아 한국으로 실어왔습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무대 배경은 가로 10m, 세로 5m에 이르는 성당의 성벽입니다. 높이 3m와 5m짜리 석상, 100kg이 넘는 큰 종도 등장하지요. 성벽은 분리해서 싣고 석상은 눕혀서 컨테이너에 담았다고 하네요. 제작사 NDPK의 정유진 기획제작팀 과장은 “프랑스 뮤지컬은 철제로 만든 무거운 세트가 많아 옮기고 설치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무대 세트는 크고 무거워 주로 바닷길로 짐을 실어옵니다. 다음 달 내한공연을 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도 무대를 실은 컨테이너 20개가 호주를 떠나 이달 초 부산항에 도착했습니다.

배가 미국에서 출발하면 한국 도착까지 보름(로스앤젤레스)에서 한 달(뉴욕), 유럽에서는 35일쯤 걸린다는군요. 왕복 운송비는 12m짜리 컨테이너 5개에 4000만 원 정도 든답니다. 지난해 말 한국을 찾은 ‘태양의 서커스’는 컨테이너 45개가 왔다니 운송비가 꽤 들었겠죠.

‘드림걸즈’ 제작진은 미국 배우의 체형에 맞춰 새로 제작하는 의상과 가발을 만드는 대로 비행기로 보낸답니다. 정용석 제작감독은 “크거나 무겁지 않아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면서 “운송시간이 길어지면 곰팡이가 피는 등 손상될까 걱정되는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삿짐 박스를 이용해 나르기도 합니다.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신체극 ‘보이첵’은 의자와 몸짓으로만 내용을 표현하는 작품입니다. 의자는 소품이자 세트가 되죠. 해외 공연에도 이 의자를 반드시 가져가야 하는데, 운송료를 아끼기 위해 배우가 자신의 의자를 박스에 다른 짐과 함께 싸서 개인 수화물로 부칩니다.

악기는 어떨까요. 바이올린이나 플루트, 클라리넷, 트럼펫같이 몸집이 크지 않은 악기는 연주자가 들고 비행기에 탑니다. 그러나 첼로는 좌석을 하나 더 사서 ‘앉혀’ 옵니다. 길이 1.6∼1.9m, 무게 20kg인 콘트라베이스를 비롯해 하프나 덩치 큰 타악기 등은 항공화물로 보냅니다. 1833년산 콘트라베이스를 쓰는 성민제 씨는 “처음에는 화물로 보낼 때 악기가 손상될까봐 걱정했지만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이젠 덤덤하다”고 했습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연극 뮤지컬 무용 클래식 등을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팬텀(phantom@donga.com)에게 e메일을 보내주세요. 친절한 팬텀 씨가 대답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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