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셰익스피어 만난 경극 ‘태풍’ 몰고 올까

  • 입력 2009년 8월 20일 03시 03분


제3회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에서 국내 초연되는 러시아 크렘린 발레단의 ‘에스메랄다’. 에스메랄다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에 등장하는 매혹의 여인이다. 사진 제공 국립극장
제3회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에서 국내 초연되는 러시아 크렘린 발레단의 ‘에스메랄다’. 에스메랄다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에 등장하는 매혹의 여인이다. 사진 제공 국립극장
《올해로 제3회를 맞는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이 9월 4일 개막한다. 2007년 시작된 이 페스티벌은 매년 한국을 포함한 9개국 국립극장의 대표작과 10여 편의 국내 우수작을 상연해 왔다. 올해도 대만 프랑스 러시아 브라질 등 9개국 국립 공연단체의 작품 12편과 국내 우수작 13편이 11월 4일까지 남산 국립극장 무대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1, 2회 초청작이 연극과 무용 분야 위주였던 데 비해 올해는 교향곡, 경극, 발레 등으로 장르의 폭을 넓혔다. 25편에 이르는 공연작품 중 해외작과 국내작으로 나눠 각 4편의 기대작을 뽑아봤다.》

9월 4일~11월 4일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 해외작, 발레-경극 등 장르폭 넓혀

개막작인 대만 당대전기극장의 ‘태풍’(9월 4∼6일)이 우선 눈에 띈다. 홍콩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쉬커(徐克)의 첫 연극 연출작이란 점과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중국의 경극 스타일로 풀어낸 실험성에 방점을 찍게 된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국립극단의 ‘라 카뇨트’(9월 9∼12일)는 독특한 객석 구조로 관객을 유혹한다. 이 작품은 1500석 규모 해오름극장 객석을 버리고 무대 좌우에 올린 그 3분의 1 규모 객석(588석)의 관람만 허용한다. ‘판돈 상자’라는 뜻의 이 작품은 카드놀이를 하다 판돈 상자에 쌓인 돈을 가지고 파리로 떠나는 시골 친구들의 하룻밤 여행을 그린 블랙 코미디다. 성냥불이 켜지면 시골집 거실이 파리의 레스토랑, 경찰서, 사교계 살롱으로 마술적인 공간변화를 일으킨다.

벨기에 무용단 담 드 픽의 ‘올르론’(9월 18, 19일)은 2007년 벨기에 프랑스 권역 최고무용작품상과 비평가상, 2008년 프랑스 미모스 마임페스티벌 심사위원상 특별상을 수상한 작품. 영어 all alone(혼자 외로이) 또는 hole alone(외로운 구멍)의 프랑스어식 발음을 하나의 단어처럼 표기한 이 작품은 자아와 또 다른 자아(알터 에고)를 상징하는 남성 2인무와 잉크 애니메이션 영상을 결합한 독창적 시각효과로 기대를 모은다.

러시아 크렘린 발레단의 ‘에스메랄다’(10월 8∼10일)는 국내 초연 발레란 점이 매혹 포인트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로 한층 친숙해진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1844년 쥘 페로가 안무했고 이를 1935년 아그리피나 바가노바가 현대적으로 수정한 버전을 선보인다.

○ 국내작 ‘가야’ 무용수 80명 의상 350벌

국내작 중엔 국립무용단이 야심 차게 준비한 무용극 ‘가야’(9월 19∼23일)가 가장 기대를 모은다. 고대 무용을 현대화해 온 안무가 국수호 씨가 2년간의 현장답사와 상상력을 통해 기록으로만 전해온 사자춤과 보기춤(공을 이용한 기예춤) 등 가야의 춤사위를 복원했다. 국립무용단 역대 최대 규모인 80명의 무용수가 출연하는 이 대작에 350벌의 의상이 투입됐다.

국립극단의 ‘세 자매’(9월 4∼13일)는 국립극단이 첫 둥지였던 명동예술극장 무대로 36년 만에 돌아와 공연하는 작품이란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최치림 예술감독은 “안톤 체호프 원작의 ‘사라짐의 미학’을 표현하고자 마지막 3막이 끝나면 무대장치가 공중으로 사라지게 만든 극적 연출효과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국립창극단의 ‘적벽’(10월 29일∼11월 1일)은 판소리 다섯마당을 창극으로 재창작한 ‘우리시대 창극’의 네 번째 작품. 양반계층이 가장 사랑한 판소리답게 웅혼하고 선 굵은 이 작품의 특징을 살리겠다는 의도로 이윤택 씨에게 연출을 맡겼다. 쉬커의 ‘태풍’과 비교해 감상하면 더욱 좋을 작품이다.

국내 우수작 중엔 경기도문화의전당의 ‘태권무무 달하’(10월 16∼18일)가 눈길을 끈다. 동양의 천지창조 신화와 고구려 고분벽화 속 환상적 이미지를 배경으로 선무도 태껸 태권도 등 한국의 전통무예 동작을 아름다운 춤사위와 접목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하는 ‘서울아트마켓’(10월 13∼16일), 셰익스피어학회 세미나 및 공연(9월 5, 6일) 등 행사도 준비됐다. 02-2280-4221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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