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편파 중계 즐기는 사람들

  • 입력 2009년 8월 10일 21시 18분


프로야구 LG의 인기 BJ 안준모 씨가 인터넷 자체 중계방송을 하고 있다. 안 씨는 LG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재치 있는 입담으로 풀어내면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LG트윈스
프로야구 LG의 인기 BJ 안준모 씨가 인터넷 자체 중계방송을 하고 있다. 안 씨는 LG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재치 있는 입담으로 풀어내면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LG트윈스
"오늘 호랑이 잡으러 가자는 의미에서 '드렁큰 타이거'의 노래를 띄워드립니다. 오늘 기아 호랑이들도 이렇게 얼큰하게 취해 있으면 좋겠군요."

기아 팬이 들으면 편치 않을 멘트가 거리낌 없이 흘러나온다. 방송을 듣는 400여 LG 팬 가운데 누군가가 "잠실구장이 온통 노랗게 돼 버렸네요. ㅠㅠ 징그럽다"며 맞장구를 친다. 노골적인 상대팀 험담이 오가는가 하면 전략에 대한 수준 높은 토론이 이어진다.

다른 곳에서는 기아 팬들의 대화가 한창이다. "오늘 상대가 LG이니 놀면서 해도 되겠죠? ㅎㅎ"

일명 BJ(Broadcasting Jockey)로 불리는 방송 중계 캐스터의 편파 중계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응원하는 팀에 대한 일방적인 옹호와 상대 팀에 대한 비방으로 가득한 야구 중계. 인터넷 사이트 '아프리카'의 프로야구 자체 중계방송(baseball.afreeca.com)이다. 이 곳에서는 전문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BJ가 될 수 있다. TV 야구 중계를 인터넷으로 재송출하고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서 대화할 수 있는 채팅방만 만들면 된다. 직접 야구장을 찾아가 캠코더를 이용해 현장 중계를 하는 사람도 있다. BJ 중 70%는 방송 재송출만 하지만 30%는 직접 음성 방송을 하거나 재치 있는 자막으로 야구팬들과 소통한다.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모두 '우리 편'이기 때문에 '우리 팀'에 대한 비난만 아니면 웬만한 표현은 허용된다.

'아프리카'를 운영하는 나우콤은 2006년 하반기에 자체 야구 중계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7년과 지난해에는 중단했다가 올해 방송을 재개했는데 야구 인기와 맞물려서 반응은 폭발적이다. 프로야구가 있는 날이면 100~200개의 중계방이 개설되고 동시 시청자수는 10만 명을 넘긴다. 2006년 8월 동시 시청자수가 최대 675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인기다.

구단별로 대표 BJ가 60여 명에 이른다. LG의 인기 BJ 안준모 씨(33)는 "경기 중계도 중요하지만 팬들의 웃음을 유발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그의 방송을 즐기는 팬들은 특유의 재치 있는 진행 때문에 몰려든다. LG는 안 씨에게 방송한 필요한 장비를 제공하는 등 특별대우를 하고 있다. 다른 구단들도 구단 홈페이지에 자체 중계 사이트를 연결해놓는 등 편파 중계를 즐기는 팬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박지현 인턴기자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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